트럼프, 심해 광물 채굴 허용하는 행정명령 서명…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본격화

2025-04-29     김환이 edito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해역 심해 광물 채굴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로이터(Reuters) 통신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와 내무부에는 60일 이내 심해광물 자원탐사, 감별, 채굴 및 가공 역량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상무부 산하 국가해양대기청(NOAA)이 미국 뿐만 아니라 국제 수역에서도 채굴 허가 절차를 신속화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해채굴/chatgpt 이미지 생성

백악관은 "첨단기술과 군사안보에 필수적인 니켈, 구리, 망간 등 핵심 광물 확보를 강화하겠다"며 “미국이 심해 광물 탐사 및 개발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심해광물 자원의 책임 있는 개발을 가속화하고, 미국 심해광물 매장량을 파악해 광물 개발 기회를 분석하고, 주요 채굴 후보지를 매핑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 해역에서 자원 개발에 따른 이익 공유 메커니즘 구축에 관한 보고서 작성 지시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中 광물 공급망 압박에 대응… 국내법 근거로 채굴 허가 심사 진행

이번 행정명령은 미 정부가 중국의 광물 시장 통제를 견제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중국은 최근 핵심 광물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으로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공급망 압박이 커졌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추진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전역 10개 광산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연방 정부 소유지 내 광산 개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 최대 규모 중 하나로 평가받는 구리 광산 개발 승인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경쟁국과 동맹국 모두로부터 격렬한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해양 국가가 서명한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을 사실상 무시하고,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허가를 통해 심해 채굴을 진행하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유엔 해양법협약(UNCLOS) 산하 국제해저관리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는 수년간 국제 해역 내 심해광업 표준을 논의해 왔지만, 환경 영향 기준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이 협약에 비준하지 않았지만, 그간 국제해저기구(ISA)의 협상에 참여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1980년 제정된 '심해저 경성광물자원법(Deep Seabed Hard Minerals Resource Act)'을 근거로 채굴 허가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자국 기업에 미국 관활권을 넘어 대륙붕 외곽 지역에서의 채굴 허가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수백조원 경제적 가치 기대… 민간 기업 심해채굴 허가 추진 중

이번 행정명령 발표 이후 민간기업들은 심해 채굴을 위한 절차를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 심해채굴기업 임파서블 메탈스(Impossible Metals)는 이달 초 미국령 사모아 연안에 있는 니켈, 코발트 및 기타 중요 광물 매장지에 대한 채굴 임대 신청을 내무부 산하 해양에너지관리국(Bureau of Ocean Energy Management)에 제출했다.

심해채굴 기업/더메탈스컴퍼니

캐나다 메탈스 컴퍼니(The Metals Company)는 불과 한달 전, NOAA에 국제 해역 심해 채굴을 위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을 밝혔다. 메탈스 컴퍼니는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태평양 광대한 심해 평원인 클래리언-클리퍼튼 존(Clarion-Clipperton Zone)에서 채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탈스 컴퍼니 제라드 배런(Gerard Barron) CEO는 "기존 미국 법률 하에 안정적이고 집행 가능한 규제 체계가 마련된 만큼, 세계 최초의 상업용 심해 채굴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고 경제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러시아 JSC 유즈모르게올로기야(JSC Yuzhmorgeologiya), 블루 미네랄스 자메이카(Blue Minerals Jamaica), 중국 차이나 민메탈스(China Minmetals) 등도 심해광업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태평양 해역에는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s)'로 불리는 광물 덩어리가 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관할 해역 내 약 10억 메트릭톤 이상의 다금속 단괴가 존재하며, 망간, 니켈, 구리 등 주요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채굴할 경우 향후 10년간 미국 GDP가 3000억달러(약 426조원)로 증가하고, 약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심해광업 지지자들은 "해양 채굴이 육상 대규모 광산 개발을 대체하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지역사회 반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미국 정부는 인류 공동유산을 파괴하고 소수 기업 이익을 위해 심해를 파헤칠 권리가 없다"며 “산업용 심해 채굴이 해양 생물다양성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rare earths)'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다금속 단괴를 포함한 광범위한 핵심 광물 확보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핵심광물 공급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전례 없는 경제 및 국가 안보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