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66·발레로에너지, 1분기 손실… 엘리엇 “구조 바꿔야”

2025-04-29     유미지 editor
필립스 66, 발레로 에너지와 같은 대형 정유 기업들이 1분기에 손실을 기록한했다. /필립스 66

필립스66과 발레로에너지 등 대형 정유 기업들이 올해 1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 이하 엘리엇)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며 이들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정유기업 필립스 66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 정유 부문 전반의 대규모 재정비로 인해 정제 마진이 줄어 예상보다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보고했다.

정유소는 일반적으로 연료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여름철에 대비해 계절별 유지보수 및 정비 활동을 수행한다. 계절별 정비(turnaround)는 정유소나 석유화학 발전소 같은 대규모 설비에서 계획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고, 설비를 점검·수리·교체하는 작업을 말한다. 주로 봄(2~5월) 과 가을(9~11월)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시기 예정된 정비로 인해 정유소 가동률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며, 이로 인해 휘발유, 디젤 등 제품 공급량이 줄어든다. 

올해는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도 한몫했다. 필립스 66의 CEO 마크 래시어(Mark Lashier)는 "이번 실적은 어려운 거시적 환경과 역대 최대 규모의 계절적 정비 프로그램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고 설명했다. 

 

필립스55뿐 아니라, 발레로에너지도 1분기 실적 줄어

필립스66은 올해 1분기 3억6800만달러(약 5317억원)의 조정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6100만달러, 약 881억원)보다 손실 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 집계에 따르면, 필립스66은 1분기에 주당 90센트(약 1300원) 손실을 기록해 애널리스트 예상치(주당 72센트, 약 1040원)보다 더 부진했다.

분기 중 실현된 정제 마진은 배럴당 6.81달러(약 9800원)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계절 정비 비용은 2억7000만달러(약 3900억원)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원유 생산 능력 이용률은 80%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9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정제 마진 하락과 손실은 필립스66만의 문제가 아니다. 발레로에너지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발레로는 분기 정제 마진이 전년 대비 29.5% 줄어 24억9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3월까지의 주주 귀속 순손실은 5억9500만달러(약 8596억원), 주당 1.90달러(약 2745원)였다. 이는 작년의 12억달러(약 1조73000억원), 주당 3.75달러(약 5418원)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필립스 66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케빈 미첼(Kevin Mitchell)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 콜을 통해 “계획된 정비가 마무리되고 마진이 개선되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정유 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4월을 살펴보면 1분기 평균보다 배럴당 3~4달러(약 4300~5800원)의 높은 마진을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필립스 66의 상위 5대 투자자, 엘리엇...BP에게 한 것처럼 압박 강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은 필립스66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엘리엇은 필립스66에 25억달러(약 3조6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상위 5대 주주다.

엘리엇은 정유 부문의 저조한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 가속화를 위해 필립스66의 조직 구조, 운영 방식, 이사회 구성 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엘리엇은 지난 2월 필립스66의 미드스트림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분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립스66은 지난 21일 주주 서한을 통해 엘리엇이 경쟁사인 시트고(CITGO)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며 이해 상충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은 다음 달 열릴 필립스66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될 전망이다. 엘리엇과 필립스66 양측 모두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위한 표 대결에 나설 예정이다.

엘리엇은 지난해부터 여러 기업에 변화를 요구해왔다. 올해 초 BP 지분 약 5%를 확보한 뒤, 수익성 제고와 지배 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화석연료 중심 전략 강화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허니웰(Honeywell) 지분 약 50억달러(약 7조2200억원)를 확보한 뒤, 이를 세 개의 독립 상장회사로 분할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