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JBS 상장 승인… ESG 리스크·정치 자금 논란 재점화
환경·지배구조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세계 최대 육류기업 JBS가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브라질 JBS가 지난 4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상장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상장은 ESG 리스크와 글로벌 규제 당국의 판단 기준, 투자자 신뢰 간 균형 문제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환경단체와 일부 미 상원의원들은 상장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시장은 JBS의 기업가치 상승과 자금조달 확대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냈다.
JBS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 생산거점을 둔 세계 최대 축산·육가공 기업으로, 미국에서만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거둔다.
환경단체·정치권, “기후 리스크 외면한 결정” 반발
JBS는 네덜란드 법인 ‘JBS NV’를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하고,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에는 예탁증서(BDR) 형태로 기존 거래를 유지할 계획이다.
BDR(Brazilian Depositary Receipt)은 외국 기업 주식을 브라질 증시에서 헤알화로 간접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권으로, 자국 투자자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JBS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자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브라질 내 유동성과 국내 투자자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병행 상장 구조를 택했다. 뉴욕증시 상장을 위한 최종 구조 변경은 5월 23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며, 첫 거래는 이르면 6월 12일 시작될 수 있다.
상장 승인 직후 환경단체와 일부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NGO 마이티어스(Mighty Earth)는 “JBS는 부패와 불법 관행의 전력이 뚜렷한 기업”이라며 “SEC가 투자자 보호라는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영국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지속적인 산림 파괴와 기후 리스크를 방조한 결정”이라며 제도 신뢰 훼손을 지적했다.
실제로 JBS는 아마존 지역 불법 축산물 구매, 공급망 투명성 부족, 기후정보 공시 미흡 등으로 오랜 기간 ESG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왔다. 특히 올해 1월에는 2040년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열망이지 약속은 아니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목표 자체를 사실상 번복했다. 뉴욕 검찰은 이 발언을 허위 광고로 간주해 기소했지만, 소송은 지난 2월 기각됐다.
상장을 둘러싼 정치적 연관성 논란도 제기됐다. JBS 자회사 필그림스(Pilgrim’s)는 올해 1월 트럼프 재선 캠페인과 연계된 취임식 위원회에 500만달러(약 69억원)를 기부했다. 단일 기업 기준 최대 금액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정치자금 지원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발동된 독립 규제기관에 대한 행정권 통제 강화 행정명령과 함께 이번 SEC 상장 승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 기대는 상승… 지배구조 집중 우려도 제기
SEC는 이번 상장 승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시장은 JBS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승인 소식 직후 JBS 주가는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상파울루 증시에서 연초 대비 24% 이상 상승했다.
브라질 투자은행 BTG 파울투알은 “미국 상장은 JBS에 전례 없는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 등 주요 투자기관도 이번 결정이 타이슨푸드(Tyson Foods) 등 경쟁사와의 기업가치 격차를 좁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상장 구조를 둘러싼 지배구조 우려는 여전하다. JBS는 이번 상장에서 Class A·Class B 주식으로 분리된 이중의결권 구조를 도입했다.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는 Class A 주식은 1주당 1의결권만을 가지는 반면, 내부 관계자에게 배정되는 Class B 주식은 1주당 10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구조에 따라, 상장 이후에도 창업주 측은 전체 지분의 일부만 보유한 채 최대 85%의 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JBS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된다. 그러나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이중의결권 구조는 소액주주의 지배구조 참여를 제약하고, ESG 경영에 대한 시장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투명성 논란도 이어졌다. JBS는 불법 벌채 지역에서 사육된 소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공급망 전수 추적 시스템을 2025년 내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그러나 현장에선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과 국제 비영리 저널리즘 언어스드(Unearthed), 리포르터 브라질(Reporter Brasil)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JBS의 주요 공급지에서 시스템 이행이 지연되고 있으며, 현장 종사자들조차 연내 구축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JBS는 “전체 4만여 개 공급자 중 30곳만을 표본으로 한 조사 결과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JBS는 “이번 상장을 통해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농가·소비자·지역사회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후 대응과 식량 안보를 위해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