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P 의무화 앞둔 EU… 타겟, 3500만 벌에 디지털 여권 선제 도입

2025-05-12     홍명표 editor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유통 대기업 타겟의 홈페이지.

미국 유통 대기업 타겟(Target)이 순환경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타겟은 ‘유니버설 스레드(Universal Thread)’ 의류 3500만 벌에 디지털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을 도입하고, 제품 정보를 QR코드로 제공하는 동시에 중고 판매와 스타일 추천 기능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트렐리스(구 그린비즈)는 8일(현지시간), 타겟의 이번 디지털 여권이 QR코드 기반으로 작동하며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와의 중고 판매 연계 기능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제품 이력부터 재판매까지… 데이터 기반 순환 설계

타겟은 2040년까지 탄소 배출 ‘넷 제로(Net Zero)’ 달성과 함께, 자체 브랜드 50개를 순환 설계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번 디지털 여권 도입은 그 전략의 첫 실행 사례다.

QR코드는 의류 브랜드 택 옆에 부착돼 있으며, 소비자는 이를 스캔해 소재 정보, 세탁 지침, 스타일 제안, 그리고 ‘원클릭 중고 판매’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다. 중고 판매는 포쉬마크 플랫폼과 자동 연동돼 간편하게 진행된다.

디지털 여권은 단순한 관리 태그를 넘어, 제품의 소재 출처부터 제작 방식, 폐기 방법까지 전체 생애주기를 추적 가능한 데이터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의 배경과 순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고, 물류·재활용 업체는 제품 분류와 후처리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타겟의 순환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제이슨 브린(Jason Breen) 디렉터는 지난 4월 열린 ‘서큘래러티 25(Circularity 25)’ 포럼에서 “디지털 여권은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제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회수 실험의 명암… 소비자 행동이 관건

타겟은 순환경제 전략을 일찍부터 시도해온 기업으로, 2016년부터 유아용 카시트 300만 개 이상을 회수해 재활용한 바 있다. 회수된 플라스틱 일부는 수납함과 정리용품으로 다시 제작됐으며, 참여 소비자에게는 할인 쿠폰이 제공됐다.

반면, 2024년 실시한 청바지 수거 프로그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백투스쿨 시즌을 겨냥해 9주간 진행됐지만, 예상보다 참여율이 낮아 계획 대비 회수량이 크게 부족했다. 타겟은 캐나다의 재활용 전문기업 디브랜드(Debrand)와 협력해 대량 수거를 준비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미했다.

브린 디렉터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재활용 자체보다 ‘불필요한 물건을 어떻게 집에서 내보낼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순환 시스템 설계에 있어 소비자 인식과 행동이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타겟, 디지털 여권 확대 가능성… 회수·보상·설계까지 전방위 투명화 시도

디지털 여권은 현재 ‘유니버설 스레드’에만 시범 도입됐지만, 타겟은 ‘어 뉴 데이(A New Day)’, ‘굿펠로 앤드 컴퍼니(Goodfellow & Co)’ 등 다른 자체 브랜드로의 확대 적용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 반응과 재판매·재활용 관련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면 도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회수 경험을 의류 분야로 이식하기 위한 전략도 진행 중이다. 타겟은 앞서 유아용 카시트를 활용한 사례를 바탕으로, 의류 전용 수거 인프라를 정비하거나 디브랜드(Debrand) 등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디지털 여권은 단순한 정보 제공 기능을 넘어, 포인트 적립이나 쿠폰 발행 등 리워드 시스템과의 연계로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초기 제품 설계 단계부터 소재 구성, 제조 방식, 폐기 가능성 등을 고려하는 순환 설계 체계가 디지털 여권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도 구상 중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의류·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에 디지털 여권(DPP) 도입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트렐리스는 H&M의 아켓(Arket), 버버리(Burberry), 본앤버그(Bon+Berg), 아이린 피셔(Eileen Fisher)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미 시범 적용을 마쳤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