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 거래제 2045년까지 연장

2025-05-20     김환이 editor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204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매년 600억달러(약 85조2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기후 대응 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025~2026년 개정 예산안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영국이 탄소배출권 제도를 12년 연장한 데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오염을 방조하는 연방 정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탄소배출권은 대기 질을 개선하고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정책 도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2045년까지 배출권 연장”… 경매ㆍ시장거래로 60조원 기후 재원 마련

캘리포니아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발전소, 정유소, 시멘트 공장, 식품 가공업체, 연료 유통업체 등 대형 온실가스 배출 사업체를 대상으로 연간 배출 한도를 설정하고, 초과분에 대해 유상으로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설계됐다.

해당 제도가 2006년 처음 도입된 이후, 캘리포니아는 현재까지 약 330억달러(약 46조9000억원)를 청정 에너지 및 기후 사업에 투자해왔다.

탄소상쇄 프로그램/chatgpt이미지생성

이 제도는 당초 2030년 만료 예정이었으나, 주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 만료 시점을 2045년으로 15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향후 약 600억달러(약 85조2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420억달러(약 59조6000억원)는 ‘획기적 기후 프로젝트(transformative climate projects)’에 투자될 예정이다.

아울러 캘리포니아는 기존 프로그램의 명칭을 ‘캡앤트레이드(Cap-and-Trade)’로 변경하고, 워싱턴주·뉴욕주의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 방식을 개편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캡앤트레이드는 매년 배출 총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기업들이 경매 또는 시장거래를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캘리포니아, 트럼프 정부 반발에도 “기후 정책 흔들림 없다” 강조

이번 예산안의 핵심 변화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 고속철도(high-speed rail)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 방식을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탄소배출권 거래 수익의 25%를 이 사업에 배정했으나, 앞으로는 매년 10억달러(약 1조4200억원)를 고정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고속철도 사업은 캘리포니아 내 주요 친환경 인프라 사업 중 하나로, 2014년부터 배출권 수익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았다. 하지만 사업 지연과 예산 초과로 비난을 받았으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지난 4월 행정명령을 통해 탄소배출권 프로그램 전반을 공격하며 고속철 지원 예산에도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의 탄소배출권 제도를 지목해 “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전형적인 규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주(州) 정부의 핵심 가치”로 강조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뉴섬 주지사는 “연방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고 캘리포니아의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며 “기후 위기 대응, 주거비 경감, 교육 및 청년 투자 등 핵심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거래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가구당 전기요금 할인 지원 정책도 계속 유지될 예정이다.

 

UC버클리, 캘리포니아 캡앤트레이드 "효과 없어"  

한편, 캘리포니아주의 탄소배출권 제도(Cap-and-Trade)에서 활용되고 있는 탄소 상쇄제도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연구진은 15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캘리포니아 기업들이 매년 약 1억4000만달러(약 1988억원)를 기후효과가 불분명한 외부 탄소 상쇄 구매에 지출하고 있다”며 “대부분 실질적인 기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상쇄의 약 75%를 차지하는 ‘개선된 산림관리(improved forest management)’ 방식은 실제 기후효과를 거의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소유자들이 벌목 예정 물량을 과장하거나, 이미 보호된 숲을 다시 보호하겠다고 주장해 상쇄 크레딧을 받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것이다. 또한 벌목을 줄이더라도 전체 수요는 유지되기 때문에, 세계 목재 시장에서는 오히려 타 지역의 벌목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매년 외부 상쇄에 사용되는 1억달러(약 1420억원)를 주 정부의 기후 프로젝트에 활용한다면, 에너지 효율 주택 확대, 녹지 공간 확충, 대기질 개선 등에서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후 정의와 지역 투자 중심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