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마케팅 논란에…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 상쇄 상품 철수 결정

2025-05-22     홍명표 editor
 호주의 에너지 기업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의 홈페이지.

호주 에너지기업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EnergyAustralia)가 자사의 탄소 상쇄 상품 ‘고 뉴트럴(Go Neutral)’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19일(현지시각)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해당 상품이 소비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었음을 인정하고, 2025년까지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탄소 상쇄, 화석연료 사용 줄이지 못해”…법적 분쟁 마무리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2016년부터 고객이 전기·가스 사용에 따른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고 뉴트럴’을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추가 요금을 부담하면, 해당 금액으로 탄소 상쇄 크레딧을 구매해 배출량을 외부 프로젝트를 통해 상쇄하는 구조다. 구매한 크레딧은 주로 식림, 재생에너지, 폐기물 감축 등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감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했다.

공급 에너지가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이었음에도, 고객이 이를 탄소중립 에너지로 인식하게 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에 2023년 7월, 호주 시민단체 패런츠포클라이밋(Parents for Climate)은 이 같은 마케팅이 실질적 감축 없이 탄소중립을 주장한 그린워싱(greenwashing)에 해당한다며 호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9일(현지시각)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해당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며 “탄소 상쇄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케이트 깁슨(Kate Gibson)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상쇄 방식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직접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고객이 실제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상쇄 넘어 직접 감축으로…탈석탄·재생에너지 전환 확대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고 뉴트럴’ 철수와 함께 탄소상쇄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배출 감축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회사는 2024년 7월부터 신규 가입을 중단한 데 이어, 2025년까지 기존 고객 대상 상품도 전면 철수할 계획이다.

전환 전략의 핵심은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소비자 부문에서는 주택용 태양광 패널 및 배터리 설치, 가상발전소(VPP) 연계 프로그램, 지역 커뮤니티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분산형 에너지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EV) 관련 상품도 출시를 검토 중이다.

발전 부문에서도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 일정이 구체화됐다.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2050년까지 발전 부문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며, 2028년까지는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석탄 발전소는 단계적으로 폐쇄된다. 빅토리아주의 얄론(Yallourn) 석탄화력발전소는 2030년 이전,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마운트파이퍼(Mt Piper) 발전소는 2040년 이전 폐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배터리, 양수발전소,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투자도 병행된다.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기후 단체와의 협의를 지속하며, 탈탄소 전환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지속가능성 전문 매체 에디(edie)는 이번 조치가 화석연료 소비를 촉진하는 광고에 대한 국제적 규제 논의가 확산되는 시점에 나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