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이어 원전도 ‘녹색 산업’으로
유럽위원회가 지속가능한 금융 분류법을 마무리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천연가스에 이어 원전까지 택소노미(Taxonomy)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택소노미는 지난해 11월 초안이 공개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3월 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EU 자문위원들은 원전을 녹색 산업으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던 바 있다. 탄소 배출량이 월등히 적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엔 효과적이지만, 방사성 폐기물 처분에 따른 환경 영향 평가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자문위원들은 과학전문기관인 공동연구센터(JRC)에 추가 보고서를 요청한 바 있다.
JRC는 “원전은 녹색산업으로 분류될 만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JRC는 “중대한 위해를 주지 않는다(DNSH)는 기준에 따라 평가를 실시한 결과, 원전은 안전했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또 “이번 분석 결과 원전이 석유, 가스, 재생에너지 등에 비해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에 더 많은 해를 끼친다는 과학 기반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지질 깊숙이 핵폐기물을 저장한다면 안전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100%는 아니다"면서도 "확률은 극히 낮다”고 못 박았다. 3세대 원전의 경우 모든 발전기술 중 치사율이 가장 낮다며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유럽위원회는 보고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3개월 동안 보고서를 검토한 후 택소노미 완성본을 공개할 예정이다.
원자력산업 로비단체인 포아톰은 “원전은 택소노미에 속한 어떤 전력산업보다 지속가능하고 인류의 건강이나 환경에 더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이런 평가가 내려진 만큼 EU위원회는 원전을 택소노미에 어떻게, 언제 포함시킬지 빠른 시일 내 명확한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환영했다.
프랑스 전력회사인 EDF 에르크키 메이야드 EU 담당 수석부대표인도 “원전이 안전하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는 걸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고무적인 입장을 보였다.
원전이 녹색산업으로 분류된 배경에는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핵에너지는 2019년 기준 26.7%를 차지하는 등 EU 내 저탄소 에너지 단일 공급원 중 가장 큰 규모다. 수소(12.3%), 풍력(13.3%), 태양광(4.4%) 등을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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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규모 큰 발전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EU 국가들의 입장은 갈린다.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등 7개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 핵 개발을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유럽위원회에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서 원전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를 우선에 두려는 다수의 회원국으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그린피스 실비아 파스토렐리 EU 정책보좌관은 “원전 개발 비용은 증가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안전 문제로 증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금이 절실한 원전 산업의 정치적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