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택소노미(녹색분류기준)가 천연가스를 녹색으로 포함하려 하자 이를 둘러싼 갈등도 첨예해지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철저히 분류되어야 할 녹색산업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환경 NGO E3G에 따르면, EU는 좌초자산 중 하나로 분류된 가스를 녹색산업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E3G는 “EU 위원회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명분으로 정치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 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공개된 택소노미 초안의 부록에는 “만약 일반적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자원보다 킬로와트 당 최소 50% 이상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면 가스 및 기타 액체 화석연료를 발전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공개된 택소노미에는 가스, 원자력 등의 기술이 배제돼 있었다. 탄소를 100g 이하로 배출하는 산업만 녹색 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300~350g의 탄소를 배출해 제외됐지만, 석탄 대신 복합천연가스 발전소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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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초안 변의 핵심 요인도 정치적 압박이다. 27개 회원국 중 상당수는 “가스와 원자력을 배제하면 오히려 다른 경제 분야에서 배출량을 줄이는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초안에 반대했다. 독일 등 10개 중앙국과 동유럽 회원국의 정치적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부록에 이를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유럽 위원회가 화석연료로 분류되는 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시킨다면 논란이 많은 기술 또한 지속가능한 금융으로 워싱(Washing)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로 만들어진 택소노미가 정치적 협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불만도 높다.
E3G의 츠베텔리나 쿠즈마노바(Tsvetelina Kuzmanova) 지속가능금융정책 보좌관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업을 포함시킨 결정은 위원회의 심각한 실수”라며 “지구에 유해한 활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일종의 허용은 다른 국가에게도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이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전 세계 최초로 녹색산업을 분류하는 택소노미엔 화석연료 등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을 완전히 제외시켜야 한다며 “녹색 얼룩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투자자 또한 LNG가 녹색산업으로 분류되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독일 트리오도스 은행, 인베스코 등은 EU 위원회에 반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지속가능금융에 워싱 논란이 인다면, 성장하는 시장의 신뢰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고 녹색 산업과 녹색 금융의 선구자라 불리는 EU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택소노미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 TEG(Technical Expert Group on Sustainable Finance) 권고를 벗어나지 말라”고 주장했다. 어떤 경우에도 기존 가스 화력발전이나 관련 시설을 온실가스 경감 대책이나 적응 대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표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