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유타 원유 철도사업 승인... 환경영향평가 기준 완화
미국 연방대법원이 유타주 원유 수송 철도 건설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지방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디언지는 30일(현지 시각) "대법원이 유타주 유인타 분지(Uinta Basin)와 기존 화물철도망을 잇는 총 142㎞ 길이의 신규 화물철도 건설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EIS)는 적정했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작년 12월 구두변론 이후 약 6개월 만에 나왔으며, 보수·진보를 막론한 대법관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이로써 해당 철도 건설은 본격적인 착공을 앞두게 됐고, 향후 미국 내 에너지·인프라 사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의 철도는 유타주 유인타 분지에서 추출되는 점성 원유(waxy crude)를 외부 정제시설로 수송하는 수단이다. 하루 최대 35만배럴의 원유가 철도를 통해 텍사스·루이지애나 정유시설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4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 주체는 유타주 7개 카운티와 민간 인프라 투자사들이 연합한 ‘세븐카운티 인프라연합(Seven County Infrastructure Coalition)’이다. 이들은 2021년 연방표면교통위원회(STB)로부터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콜로라도·환경단체 반발…'기후폭탄' 경고
하지만 콜로라도주를 비롯한 15개 주와 환경단체들은 이 사업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콜로라도주는 철도 노선이 콜로라도강 상류 인근을 통과함에 따라 유출·화재·충돌 등의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인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와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는 “이 철도는 지역사회 동의 없는 또 하나의 기후폭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023년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NEPA(전미환경정책법)의 해석 범위를 대폭 축소하면서 국면을 뒤집었다. 해당 철도 프로젝트의 환경영향평가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연방기관은 사업의 직접적 영향만을 고려하면 되며, 미래 파생 프로젝트까지 예견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즉 NEPA는 ‘절차적 점검’에 불과할 뿐, 환경적 유해성 여부를 규제하는 실질적 장치는 아니라는 취지다. 이는 지난 50여년간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모든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환경단체, "법적 대응 계속하겠다" 주장
판결 직후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웬디 박(Wendy Park)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환경법의 근간을 흔들며, 연방기관의 책임을 흐린다”고 주장했다.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의 샘바브 산카르(Sambhav Sankar) 부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이 판결을 기반으로 환경규제를 무력화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더욱 밀어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에라클럽의 네이선 쇼프(Nathaniel Shoaff) 수석변호사도 “정유시설이 밀집한 루이지애나 등 유색인종 거주지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세븐카운티 인프라연합의 키스 히튼(Keith Heaton) 국장은 “이번 판결은 유타 농촌 지역에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전환점”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사업의 최종 승인이라기보다는 향후 심리를 위한 방향 설정이라는 점에서, 사건은 다시 D.C. 연방항소법원으로 환송되어 후속 절차를 밟게 된다. 환경단체들도 “법적 대응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며 철도 건설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