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원자력 에너지 계획, 379조원의 자금 조달 난관에 직면
유럽연합(EU)이 2050 에너지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2410억 유로(약 379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제 8차 원자력 설명 프로그램(PINC) 을 통해 제시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약 85%에 해당하는 2050억유로(약 322조원)가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투입되며,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에는 360억유로(약 56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EU는 이러한 투자가 이뤄질 경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이 현재 98GW에서 최대 144GW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발전용량은 오히려 70GW 미만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시장기반 자금 조달 수단 부족… 민간 투자 유치 한계”
집행위는 원자력 부문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면서, “현재로서는 이를 확장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의 자금 조달 수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공 재원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민간 자본 유치 또한 위험성과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으로 매우 제한적인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총 63기의 원자로가 건설되고 있지만 유럽에는 단 3기만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그중 가장 큰 비용이 투자된 프로젝트는 영국의 사이즈웰(Sizewell C) 원전이다. 영국 정부는 총 142억 파운드(약 26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신규 원전 프로젝트가 계획보다 5년 지연될 경우, 총 투자비용이 450억유로(약 70조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탈탄소 목표 추진에 있어 시간이 곧 비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회와 유럽투자은행(EIB)은 총 5억유로(약 7868억원) 규모의 전력구매계약(PPA) 시범 프로그램을 원자력 프로젝트에 적용해 자금 유입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고, 발전소 자금 지원을 재개했다.
EU 12개국 원자로 보유… 프랑스 최다, 동유럽도 ‘도전’
현재 EU 27개 회원국 중 12개국이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가 가장 많은 원자로를 운영 중이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신규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도 자국 최초의 원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원전 운영 중단을 결정했지만, 스페인을 비롯한 독일, 이탈리아 등 몇몇 국가들은 탈탄소화, 산업 경쟁력 강화, 에너지 안보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서 원전 유지 또는 확대 방침을 검토 중이다.
댄 요르겐센(Dan Jørgensen) EU 집행위원(에너지·주택 담당)은 “원자력은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의 핵심 축”이라며 “EU가 산업적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과 책임 있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은행도 최근 64년만에 원전 프로젝트 자금 지원 금지 조항을 철회하고, 원전 투자 재개를 선언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급증과 탈탄소 흐름에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