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 클레임 지침’ 삼자 협상 중단...재개 시기는 미정
유럽연합이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에 대한 협상을 중단했다.
23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그린 클레임 지침의 최종 승인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유럽의회 와 EU 이사회와의 삼자협상(trilogue)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린 클레임 지침은 2023년 3월 유럽 전역의 그린워싱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적 가치를 주장할 경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3자 검증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친환경', '자연', '생분해성', '기후중립', '에코' 등의 표현을 기업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해당 지침에 대한 협상은 지난 1월부터 진행됐으며, 2년간 추진되어 온 이 지침은 몇 주 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그린 클레임 지침 철회 방침을 돌연 발표했다.
위원회는 지난주 유럽 보수 정당 EPP로부터 그린 클레임 지침을 철회하라는 서한을 받는 등 중도우파 EU 의원들로부터 압력을 받은 바 있어 유럽집행위원회의 이 발언은 주말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23일(현지시간) 아침 기자회견에서 유럽위원회 수석 대변인 파울라 피뉴(Paula Pinho)는 "유럽위원회의 우선순위 중 하나는 소기업, 특히 초소규모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간소화 의제의 필수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는 “현재 논의가 집행위원회의 옴니버스 패키지를 왜곡시킨다.이는 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가 3000만개의 중소기업을 지침 범위에 포함하도록 한 집행위원회의 수정안이 반영된 경우에만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피뉴 대변인은 제안된 개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원회는 그린 클레임 지침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철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의 막판 취소…업계 비난 이어져
위원회는 그린 클레임 지침에 대한 입법안을 막판 철회한 후, 당일 예정된 유럽의회, 이사회와의 회담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국내 시장 및 소비자 보호위원회부위원장인 안나 카바치니(Anna Cavazzini)와 환경, 기후 및 식품 안전 위원회 위원장인 안토니오 디카로(Antonio Decaro)는 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삼자 회담이 시작되기 3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우리는 위원회의 최근 발표와 위원회의 입장 변화로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입법 과정과 제도적 절차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으며, 공동 입법자들 간의 불필요하고 불가피한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유럽의회의 책임 위원회 의장으로서 우리는 제도적 대화를 재개하여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ECOS,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 유럽 기반 싱크탱크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 유럽 환경국은 정책 입안자들이 야심찬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그린워싱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본 마켓 워치의 글로벌 탄소 시장 전문가 린지 오티스 닐스(Lindsay Otis Nilles)는 "그린 클레임 지침은 기업의 주장이 정확하고, 검증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 입법안 철회는 무책임하고 매우 잘못된 조치"라며 "기업 그린워싱으로부터 소비자를 적절히 보호하는 대신 규제 완화라는 '단순화' 담론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