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정포럼, 유상할당 100% 5개년 전환 계획…배출권-탄소세 병행 운영 방안은?
기후재정포럼(이로움재단·녹색전환연구소)이 31일 오후 2시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기후 세제 개선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기후재정포럼의 연속 세미나 제2회차로, 더불어민주당(김정호·오기형·정태호 의원)과 조국혁신당(서왕진·차규근 의원)이 기후재정포럼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상할당 비율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00%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를 병행 운영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기후예산 0.56%로 축소…GDP 5% 수준까지 단계적 확대 촉구
발제를 맡은 채이배 이로움재단 이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기업의 행동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채 이사는 "국민경제의 3주체인 정부·기업·가계 중에서 탄소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건 기업"이라며 "기업의 행동이 변화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채 이사는 이어서 "기업들에게 어떤 선의에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결국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대응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다배출 기업이 있는 산업에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 막대한 재원은 기업도 부담하겠지만 정부도 일정 정도의 재정적 지원이나 조세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체 정부 예산에서 기후환경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0.79%에서 2025년 0.56%로 줄었다"며 "GDP 대비 기후재정 예산을 2026년부터 1%에서 3%, 5%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소장은 "선진국들이 에너지 구조 전환을 선도해 왔고 지금도 선도하고 있다"며 "한국도 선진국에 포함되어 있다면 향후 10년, 20년, 50년을 내다보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연 20%씩 단계적 확대안 제시
채이배 이사는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경매수익이 재원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도 한국의 배출권 경매수익이 850억원 정도에 불과한 반면, EU는 56조원, 캘리포니아는 14조원"이라며 "2022년도에 9000억원 가까이 거래량은 늘었지만 정부가 무상할당이 과도하게 많아서 경매수익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채 이사는 "2030년까지 유상할당을 연도별로 20%씩 늘려가서 5년간 100%를 맞추되, 발전 분야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EU나 캘리포니아도 발전 부분부터 시작했다"며 "다른 산업 분야는 국제 경쟁력이나 산업의 수용가능성, 기술 발달에 맞춰서 늘려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성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과도기적 방안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무상할당은 하되 탄소세나 부담금을 내는 무상할당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한시적이고 전환적인 의미로 유상할당 100% 전환 전에 무상할당이 무료가 아니도록 비용을 지급해 차이를 줄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기업들이 탄소세가 조금 들어간 무상할당을 지키기보다는 유상할당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계산을 바꾸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유럽에서 거래제와 탄소세를 완전 분리해서 하는 게 아니라 병용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발전 부문을 유상할당으로 100% 전환할 때 전기요금이 상승할 우려에 대해서는 "플랜1.5 연구에 따르면 유상할당을 늘리면 전기가격이 오르겠지만 전력 사용을 줄이고 탄소를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가 GDP, 가계소비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장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 센터장은 "발전 부문을 100% 유상할당으로 전환할 때의 파급효과는 전기요금이 얼마 오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전기요금은 모든 부분과 연계되어 있고, 가계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폭염, 한파, AI 관련 전력수요, 탈탄소화를 위한 산업의 전기화, 난방 전기화 등으로 전기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전력의 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 센터장은 "더 엄밀한 분석과 에너지 취약계층, 산업에 대한 대책을 패키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틈없는 탄소가격제' 위한 배출권-탄소세 병행 운영 방안
채이배 이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의 병행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많은 국가에서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를 같이 운영하고 있다"며 "배출권거래제는 다배출 기업의 발전, 산업시설 쪽에 적용되고, 적용되지 않는 자동차, 난방, 농림 등은 탄소세를 통해 빈 곳 없이 탄소 가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탄소세 도입 방안으로는 "유류 소비량에 따라 가계가 부담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중장기적으로 교통세와 탄소세로 분리하고, 탄소세는 탄소 함량에 따라 보편적으로 부과하는 체계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있는 세금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국민적인 수용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성훈 교수는 "현 정부에서 조세제도를 정상화해서 법인세를 많이 걷기로 했기 때문에 세원과 세입을 많이 확보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기후대응 등의 정책 목적으로 기업들에게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할 수 있는 재정 여유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기후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채이배 이사는 "국가전략기술로 분류되어 현재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후 기술에는 2차전지와 수소 기술만 포함되어 있다"며 "미국처럼 재생에너지 전반적인 기술들인 태양광, 풍력, 지열 관련 히트펌프, 배터리 저장장치, 탄소포집 저장 기술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시 항목에 포함한다면 세액공제를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액공제율도 기업 규모가 아닌 탄소 배출감축 기여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선 센터장은 "일본,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일반시설, 신성장사업화시설, 국가전략사업화시설로 분산되어 있는 제도를 탄소중립 그룹으로 따로 구분해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