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BA 활동 전면 중단…회원제 폐지 여부 9월 표결

2025-08-29     김환이 editor

넷제로은행연합(NZBA)이 잇따른 회원사 탈퇴로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향후 회원제 구조를 유지할지 여부를 9월 말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NZBA 운영위원회는 27일(현지시각) 성명에서, 100여개 회원사가 투표를 통해 기존 회원제 연합체를 유지할지, 산업 지침과 프레임워크 제공에 집중하는 기관으로 전환할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1년 간 잇따른 회원 이탈로 연합체의 동력이 약화되자, NZBA가 구조 개편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투표 결과는 오는 9월 말 공유될 예정이며, 그때까지 모든 활동은 일시 중단된다.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자발적 연합 효과 없어"… 정치적 압박 등 미국·캐나다·유럽 은행 대거 탈퇴

이번 표결은 지난 1년간 미국·캐나다·유럽 주요 은행들의 연쇄 탈퇴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NZBA는 2021년 유엔이 지원하는 ‘글래스고 금융연합 탄소중립(GFANZ)’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당시 43개 회원사에서 시작해 한때 회원사가 세 배 이상으로 늘었으나, 최근 홈페이지에서는 회원 명단과 서약서가 모두 삭제된 상태다.

탈퇴 행렬은 미국에서 본격화됐다.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미국 6대 은행이 공화당 의원들의 압박과 ESG 금융을 둘러싼 정치적 반발 속에 잇따라 연합을 떠났다. 당시 미국 공화당 인사들은 회원 은행들의 넷제로 서약 자체가 담합 행위로 규정하며 반독점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 은행권도 빠르게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에 TD뱅크·내셔널뱅크·BMO·스코샤뱅크·CIBC가 연달아 탈퇴했으며, 같은 달 말에는 RBC(캐나다 왕립은행)도 이탈했다. HSBC, 바클레이스, UBS 등 유럽 주요 은행까지 이탈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NZBA의 기반이 급격히 약화됐다.

나아가 지난 4월 NZBA가 기후 목표를 완화하면서 ‘야심 축소’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회원사 이탈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NZBA는 기존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 의무를 삭제하고 ‘1.5도 달성을 노력한다’는 권고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은 “야심 축소”라며 즉각 탈퇴했고, 환경단체들은 긴급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독일 환경단체 우어게발트(Urgewald)는 “NZBA 같은 자발적 연합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화석연료 금융은 중앙은행과 감독기관의 직접 규제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NZBA, "기후 전환 이행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지침과 툴 제공" 

탈퇴 은행들을 포함한 회원사들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파이낸스나 ESG 대출 등 지속가능금융 거래 실적을 늘렸지만, 석유·가스 대출 축소 같은 대차대조표 수준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나 은행 자체의 배출 감축에서는 성과가 미미했다.

이에 NZBA는 회원제 기반의 운영 방식을 접고, 향후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나 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처럼 지침과 툴을 제공하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 단순히 기후 전환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이나 자체 배출 감축과 같은 직접적 이행 전략을 뒷받침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운영위원회는 성명에서 새로운 운영 모델을 통해 전 세계 은행들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실물경제 전환을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글로벌 은행 산업과 지속적으로 교류함으로써 은행과 고객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지침과 도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투표 결과는 9월 말까지 회원사에 통보될 예정이며, 그때까지 모든 활동은 일시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