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영국 은행 중 처음으로 넷제로은행연합을 탈퇴했다. /HSBC
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영국 은행 중 처음으로 넷제로은행연합을 탈퇴했다. /HSBC

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영국 은행 중 처음으로 넷제로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이하 NZBA)를 탈퇴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잇따른 탈퇴에도 자리를 지켰던 HSBC의 이번 결정은 국제적 기후 협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NZBA는 은행들이 2050년 또는 그 이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줄이도록 대출, 투자 및 자본 시장 활동을 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글로벌 협약체다.

HSBC를 비롯한 42개 은행은 2021년 유엔이 NZBA를 소집했을 당시 창립 회원이었다. 특히 HSBC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환경 금융 선도 은행으로 NZBA의 활동에 앞장서왔다. 당시 은행 최고경영자였던 노엘 퀸(Noel Quinn)은 탄소 순배출량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견고하고 투명한 프레임워크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반 기후 정책이 확대됐고, JP모건, 시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미국 주요 은행 6곳이 NZBA를 탈퇴했다.

HSBC 역시 탄소중립 목표보다 실질적인 금융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2월, HSBC는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했던 운영 및 공급망 넷제로 목표를 20년 연기했다. 또한 최고경영자(CEO)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의 새로운 성과급 계획에서 환경 목표의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다.

올해 초 HSBC는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 속도 둔화에 대응하여 기존 배출량 목표 중 일부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줄리안 웬첼(Julian Wentzel)은 “은행들이 탄소 발자국이 큰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화석 연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지난 11일 HSBC는 성명을 통해 "NZBA가 은행이 초기 목표 설정 방식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침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넷제로 전환 계획을 업데이트할 준비를 하면서 그룹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유럽 내 다른 은행들에게도 영향...국제적 기후 협력 노력에 타격 예상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을 비롯해 유럽 내 다른 은행들이 넷제로 은행연합에서 더 많이 탈퇴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비영리 단체 셰어액션(ShareAction)의 은행 프로그램 책임자인 진 마틴(Jeanne Martin)은 HSBC의 철수는 "기후 위기 해결에 대한 은행의 약속을 둘러싼 또 다른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평가했다.

NZBA 웹사이트에 따르면 바클레이스(Barclays), 로이드(Lloyds),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은행(NatWest), 스탠다드 차타드(Standard Chartered), 네이션와이드(Nationwide)를 포함한 영국 금융기관은 현재 여전히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Plc) 대변인은 자사가 여전히 NZBA를 지지하는 회원이라고 밝혔다. 반면, 바클레이즈,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그룹, 로이드 뱅킹 그룹(Lloyds Banking Group Plc)은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