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배출권 유상할당 확대, 전기요금 덮칠 탄소비용…경제 충격 해법은?
제4차 배출권거래제가 2026년부터 시행되면서 전력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새 정부가 전기요금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배출권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경우 산업과 가계 전반에 미칠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거래제, 전기요금에 닿지 않은 이유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배출권 비용이 제때 반영되지 않아 가격신호가 작동하지 않고, 감축 유인이 약해져 국내 경제 전반에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발전 부문은 배출권 구매 의무가 있는 산업 중 가장 큰 배출원이며 비교적 관리가 가능하지만, 배출권 구매 등으로 인한 전력발전 비용 변화가 전기 소매요금에 정기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여러 소비재 중 에너지 관련 소비재의 가격 변화에 일반 소비자와 기업이 민감하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안정을 추구하는 정부의 판단은 필요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시장의 핵심 기능인 가격신호(price signal)가 무력화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 범위를 넓혀 왔지만, 일상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는 일정량 이상의 배출 사업장만 의무 참여하며, 배출권 시장의 수급·가격형성 문제로 정책이 기업의 감축·전환기술 투자를 직접 유도하지 못하는 등 아직 이 정책이 경제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력시장 특성도 한계로 작용한다. 2021년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로 연료비 조정 요금과 기후환경 요금이 도입됐지만, 아직 전기 수급과 발전단가 변화가 요금에 적시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현 제3차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이 10%로 높지 않아, 전기 가격신호 미작동이 연료비 인상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시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6년부터 시행 예정인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5)에서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대폭 상향될 예정이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전기요금 개편 논의도 활발해지면서 배출권 비용의 전기요금 전가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유추하고, 효율적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커졌다. 다만 현재 전기요금 체계로는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이러한 영향을 실증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출권 비용 전가로 전기 가격 상승…무탄소 전환도 부담 요인
이러한 제약에도,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면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효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즉, 전력원은 석탄·천연가스 같은 탄소배출 연료와 무탄소 연료로 구분해 각각의 발전단가를 산출하고, 탄소배출 연료 단가 상승이 주요 경제 지표와 실물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산해 볼 수 있다. 산출된 탄소배출 연료 발전단가와 전력도매가격에 배출권 구매비용을 전액 반영하고, 전기소매요금까지 연동해 조정된다는 가정하에 전기 가격 상승의 경제적 영향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탄소배출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배출권 구매 비용이 전력도매가격을 10% 끌어올릴 경우, 약 1.5년 뒤 산업 생산은 0.8%포인트, 국내총생산과 총소비는 각각 0.5%포인트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비용이 전기 사용 가격으로 전가되면 거시경제 전반에 뚜렷한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또한 탄소배출 연료원과 무탄소 연료원을 비교했을 때, 전자의 발전단가가 배출권 구매 비용으로 오르면 무탄소 연료원의 수요와 발전단가도 함께 상승하는 양상이 관측됐다. 무탄소 전력원 사용은 약 0.02%포인트 늘어나고, 발전단가는 0.02~0.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두 연료원 간 상호 대체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무탄소 전력 확대가 예상보다 더 큰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연료 전환 과정에서 발전단가 상승이 겹치면 사용자의 전기요금은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지연되거나, 갑자기 대규모로 이뤄질 경우 전체 전기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인상될 수 있다.
미국·독일, 사용자 중심 지원으로 배출권 부담 흡수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과 경제 충격에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다수의 국가는 연료비 등 원가와 전기요금을 연동해 환경정책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한다. 대신 사용자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기후 크레딧(California Climate Credit)’을 도입해 모든 가구에 연 2회 전기요금을 일정액 환급하고, 저소득층에는 매월 추가 감면을 제공한다. 독일은 전력 다소비 산업을 대상으로 사용 전력량이나 생산량을 기준으로 보상제를 운영해,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국외 이전(carbon leakage)을 방지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 중심 지원은 전기요금 직접 규제보다 여러 장점이 있다. 전력시장 가격 신호를 살려 수요와 공급이 무탄소 전원으로 자발적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줄인다. 특히 타격이 큰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조수진 교수는
조수진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는 에너지, 전환 및 환경 분야의 전문가다. 조수진 교수는 유가와 그 변동성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탄소 감축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캐나다 중앙은행과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연세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