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규제 완화에 감축 속도 반토막…2040년 배출량 증가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결과로,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 로듐그룹은 10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 이행점검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확대 정책으로 미국이 기존 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규제철회로 연평균 감축률 급락…전력수요 증가 겹쳐
로듐그룹에 따르면 2035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대비 26~35% 감소에 그칠 전망이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설정한 61~66% 감축 목표와 큰 격차를 보였으며, 로듐그룹이 지난해 전망한 38~56%보다도 크게 하향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부터 20년간 연평균 1.1%씩 줄어들었으나, 2025년부터 2040년까지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0.4%로 감축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감축 속도 둔화의 직접적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규제 완화로 지목됐다. 환경보호청(EPA)은 발전소 온실가스 기준, 자동차 배출 기준, 석유·가스 메탄 규제 등 31개 항목의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내용의 '위해성 판단'도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배출권 급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2배, 2040년까지 3배 이상 늘어나 전체 전력 수요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2030년 전력 수요 증가분의 47~65%, 2040년 증가분의 44~59%를 차지할 전망이다.
2030년대 후반에는 배출량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늘어 2040년 추가 배출량이 최대 1.3기가톤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는 텍사스·캘리포니아·미시간 3개 주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규모다.
청정기술 전환 지연으로 경쟁력 약화…바이든 정책 복원시 감축량 두배
로듐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후퇴가 미국의 청정기술 전환을 지연시켜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중국 등 주요 경쟁국이 청정에너지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미국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면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는 세제혜택 종료와 연방 배출 규제 철회로 인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2040년 승용차 전기차 판매 비중은 19~43%에 그칠 전망이다. 보고서는 조 바이든 전 정부의 정책이 유지됐다면, 판매 비중은 52~71%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화물차의 전기차 전환은 더욱 저조해 2040년 판매 비중이 3~7%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재생에너지 성장세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2030년까지는 청정전력 세제혜택 만료를 앞두고 풍력·태양광·배터리 설비가 연평균 33~35GW(기가와트)씩 늘어나지만, 2030년 이후에는 시장 여건에 따라 배치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연간 설치 용량이 10GW 미만으로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듐그룹은 바이든 시대의 기후정책을 복원할 경우 2040년 배출량 감축폭을 35~53%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600~800메가톤의 추가 감축 효과와 함께 가계 에너지 비용도 연간 42달러(약 6만원)에서 248달러(약 35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