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 AI 확장에 기후 전략 후퇴…절대감축 대신 집약도 목표로 수정
AI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2030년까지 절대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기존 약속을 사실상 철회했다. 대신 ‘수익 대비 배출 집약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바꿨는데, 이는 총배출량이 늘어나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ESG 공약의 신뢰성에 의문을 남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일즈포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미국 기후 전문 매체 트렐리스(구 그린비즈)는 1일(현지시각) 세일즈포스의 결정이 “지나치게 손쉬운 목표로의 후퇴”라며 기후 리더십의 약화를 지적했다.
절대 감축 대신 집약도 감축…“달성은 쉽지만 실효성은 의문”
세일즈포스는 2021년까지만 해도 2030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인수·합병으로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특히 스코프3(공급망·데이터센터 등 간접 배출)에서 전체의 90% 이상이 발생하며, 회사의 성장세가 곧 배출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드러났다.
이에 세일즈포스는 목표 기준을 바꿨다. 절대 배출량이 아니라 ‘이익 1달러당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배출 총량이 늘더라도, 수익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기록된다.
실제로 세일즈포스는 이미 2019년 이후 배출 집약도를 62% 줄여 새 목표(68%)에 거의 도달했으며, 현 추세라면 2026년 조기 달성이 가능하다. ‘쉽게 도달 가능한 목표’를 새로 설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AI 시대의 ESG…“숫자 맞추기”로 변질되는 기후 전략
세일즈포스의 전환은 단순한 기업 선택이 아니라, AI 산업 전반의 ‘숫자 맞추기 ESG’ 흐름을 보여준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미국 전체 전력의 1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며, 고성장 소프트웨어 기업 상당수가 절대 감축 대신 강도 기준으로 후퇴하고 있다. 어도비 역시 지난해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세일즈포스는 자사 데이터센터 대신 AWS·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해 효율성을 강조하고, 주요 공급업체에 탄소 감축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 배출 증가를 막는 근본 해법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온다.
독립 비영리 연구기관인 뉴클라이밋연구소(NewClimate Institute)의 토마스 데이 기후 정책 분석가는 "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에너지 양처럼 실제 생산 활동에 맞춘 목표는 업계에서 서로 비교할 수 있어 유용하다. 하지만 이익에 따라 달라지는 목표는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큰 의미가 없다"고 트렐리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