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어 윈드, 설치선 계약 해지…美해상풍력 공급망 ‘경고등’

2025-10-14     송준호 editor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Maersk)가 미국 뉴욕 앞바다에서 추진 중인 엠파이어 윈드 프로젝트용 해상풍력 설치선(WTIV) 건조 계약을 돌연 해지했다. 싱가포르 조선사 시트리움(Seatrium, 前셈코프마린)은 10일(현지시각) 머스크가  4억7500만달러(약 6792억원) 규모의 계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해당 선박은 에퀴노르(Equinor)와 BP가 합작한 엠파이어 윈드 1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번 계약 해지로 미국 동부 최대 해상풍력 단지의 일정이 또다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머스크와 셈코프마린이 공동 설계한 해상풍력 터빈 설치 선박/시트리움

 

99% 완공된 선박 계약 전격 해지…시트리움 “법적 대응 검토”

머스크는 성명을 통해 “선박 인도가 지연되고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로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시트리움은 “해지 통보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법적 절차를 포함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맞섰다.

이번 계약은 합병 전 셈코프마린이 머스크와 함께 설계한 해상풍력 설치선 건조 사업으로, 시트리움 출범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해당 선박은 98.9% 완공된 상태로, 현재 싱가포르 해상에서 최종 시험 단계에  있었다. 시트리움은 2022년 셈코프마린과 싱가포르 조선사 케펠O&M의 합병으로 설립됐다. 

시트리움은 “완성 단계의 선박을 폐기할 수 없기 때문에 에퀴노르와 직접 협의 중이며, 가능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소식에 시트리움 주가는 싱가포르 증시에서 6.6% 하락했다. 싱가포르 현지 매체 비즈니스 타임스(Business Times)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이번 계약이 합병 이전에 체결된 저수익 계약으로, 공사비 대부분이 이미 집행됐지만 받은 금액은 계약금의 20%에 불과해 단기 자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해상풍력 설치선 ‘병목’ 현실화…엠파이어 윈드 일정 지연 가능성

이번 계약 파기는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미국 해상풍력 공급망 전체의 불확실성을 키운 사건으로 해석된다. 엠파이어 윈드는 이번 설치선 해지 이전에도 일부 협력 계약이 철회된 바 있어,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다. 엠파이어 윈드는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공사 중단 명령으로 이미 한 차례 일정 차질을 겪었다. 이후 공사를 재개한 바 있다.

카나리미디어는 10일(현지시각) 엠파이어 윈드가 사용하기로 한 머스크와 시트리움의 설치선 투입이 무산되면서,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풍력 터빈 설치를 위해서는 수백 톤 규모의 블레이드·타워·기초 구조물을 운반하고 조립할 수 있는 특수선이 필요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대체 투입이 가능한 설치선은 도미니언 에너지가 보유한 ‘카리브디스(Charybdis)’가 유일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선박은 길이 144m, 폭 56m의 초대형 설치선으로, 현재 버지니아 해상에서 진행 중인 버지니아 연안 해상풍력(CVOW, Coastal Virginia Offshore Wind)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다. 도미니언 에너지 담당자인 제러미 슬레이턴은 카나리미디어에 “2026년 3월까지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되므로, 이후에 타 프로젝트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혀 엠파이어 윈드 1의 일정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