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읽기】 유럽연합, ‘Fit for 55’ 발표…탄소중립을 위한 경제 대혁명 시작하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끈 EU 집행위원회의 ‘핏포55(Fit for 55)’가 14일(현지시각) 발표됐다. 핏포55는, 말 그대로 55에 맞춘다는 의미다. 55라는 숫자는, 10년 후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EU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중간목표인 셈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인 구조를 제시한 첫번째 대륙”이라며 “이제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EU의 정책 방향은 세 가지인데, ▲산업에 대해 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기준과 규제를 적용하고 ▲오염원에 대한 탄소가격과 세금을 부과하며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임팩트온’은 이날 발표 내용 중 FT, 로이터,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정책사안별로 요약, 정리해봤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ETS) 개혁 ① 해운업계 포함
2005년 시작된 EU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는 전 세계 최초이자, 현재 글로벌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탄소시장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1990년 기준으로 24%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했다고 한다. 이 감축량을 55%로 끌어올리기 위해 EU는 발전소, 공장, 자동차, 비행기, 해운과 난방 시스템 등 전방위적으로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ETS를 확대 적용한다.
해운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ETS에 포함된다. 해운업계는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임에도 탈탄소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파리협정에서 제외되는 등 규제의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2050년까지 해운부문이 연간 배출량의 1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S&P Global Analytics) 되는 등 국제적 규제 움직임이 커지면서, 이제 해운업계도 ETS에 포함돼 배출 규제를 받기 시작한다.
☞관련기사: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931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ETS) 개혁 ② 항공업계 무료할당 폐지
항공업계는 온실가스 무료할당(무료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받은 양)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단계적 폐지는 2036년에 종료된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시범 시행된 국제 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에 부합하도록 EU ETS에도 최초로 항공운송 배출 허용량을 포함하라고 제안했다.
☞관련기사: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612
이렇게 되면, 저비용 항공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고, 항공료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산업이 새롭게 급부상하고, 유럽 내에서 철도 산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ETS는 향후 10년 동안 전체 배출량을 61%까지 줄이도록 설계됐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ETS) 개혁 ③…교통(운송)과 건물 부문 신설
교통(운송)과 건물에도 별도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다. 교통과 건물의 탄소가격을 매기는 이슈는 유럽 내에서 가장 논란이 많다. 자동차 휘발유 요금과 건물 난방비가 오를 경우, 취약계층이나 생계용 운송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EU 집행위원회는 에너지 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720억 유로의 ‘사회적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EU는 세계 최초로 수입품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일명 탄소국경세를 도입키로 했다. 처음에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등의 제품에 적용된다. 러시아와 터키, 중국 등의 타격이 무척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의 ETS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국가들은 EU의 탄소가격을 반영하는 ‘탄소 크레딧’을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2026년 적용까지 세계 각국과의 다양한 무역 마찰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 등 실제 적용이 어떻게 이뤄질 지 지켜봐야 한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EU는 교통운송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줄이기 위해 유럽 신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유럽배출권거래제(ETS)에 자동차 회사들까지 포함시키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EU는 2030년 모든 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65%로 낮추고 2035년에는 아예 0%로 낮추도록 요구한다. 2035년이면 내연기관 신차 판매는 아예 금지된다. 5년마다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벌금을 물게 된다. 전기차로의 더욱 빠른 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고속도로에 전기차 충전지점을 60km마다, 수소차를 150Km마다 확보하도록 해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40%
EU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믹스의 4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기로 했다. 현재 EU 재생에너지의 3분의 2는 바이오매스로부터 발생한다. 바이오매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부분 나무 팰릿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에서 목재 바이오매스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는 것이 오히려 지구에 해롭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원회는 바이오매스의 지속가능성 규정을 강화하기로 하고, 산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환경을 억제하며, 1차 산림의 바이오매스를 녹색 기준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에너지 과세 지침 개정
EU는 에너지 과세 지침으로 알려진 15년 된 지침을 개정함으로써, 일명 ‘더러운 연료’라고 불리는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를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EU로부터 상당한 면세 혜택을 받아왔던 업종이 대상이다.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등유 제트연료, 해운업계가 발생시키는 오염연료에 대해 처음으로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세정책은 EU 모든 국가들의 만장일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지침 개정은 가장 어려운 정치적 과제라고 현지 미디어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 키프로스, 몰타 등은 코로나 팬데믹 피해와 함께, 녹색 대체 연료 자체가 적다고 주장하며 선박세 부과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가능한 항공유 2030년까지 5% 혼합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연간 목표를 설정한다. 공공 부문은 매년 3%의 건물을 개보수해, 에너지 효율을 이뤄내야 한다.
‘ReFuelEU 항공 이니셔티브’는 연료 공급자들에게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를 혼합하도록 의무화한다.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를 5% 혼합하도록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장거리 비행에 녹색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는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비교적 완만한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EU는 FuelEU Marine Initiative 계획도 밝혔다. 유럽 항구를 이용하는 선박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온실가스 함량, 선박과 연료의 종류 등을 EU 위원회에 보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토양과 숲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 임업 규제도 마련했다. 2030년까지 3억1000만톤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을 제거하기 위한 EU 전체의 목표를 설정했다. 일명, 탄소 상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