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플레이스’에 UBS등 대형은행 합류…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 강화된다
로이터통신은 UBS, 스탠다드차타드, BNP파리바 등 3개 대형은행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개발 이니셔티브인 카본플레이스(Carbonplace)에 합류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로젝트 카본(Project Carbon)에서 카본플레이스로 명칭이 변경된 이니셔티브는 자발적 탄소 시장 촉진을 위한 고품질 탄소배출권의 안정적이고 안전한 거래 플랫폼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해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 이타우 우니방코(Itaú Unibanco), 로열뱅크오브스코트랜드그룹(NatWest Group)이 연합해 마련했다.
탄소 시장은 의무적 강제이행(규제) 시장과 자발적 시장으로 구분된다. 강제성과 다른 선상에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 정부, NGO 및 개인들이 조림사업과 CDM(Clean-Development Mechanism, 개발도상국 등의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통해 탄소 크레딧(credit)을 인정받으면, 크레딧에 해당하는 배출량을 상쇄(offset) 받는 시장이다. 즉, 탄소 배출을 직접 감축하거나 제거할 수 없는 기업이 탄소를 직접 제거한 단체의 크레딧을 구입해 탄소 감축을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거래 의무시장에서는 이중 신규조림 및 재조림에 따른 탄소배출사업만을 인정하는 등 엄격한 품질기준에 따라 크레딧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자발적 탄소시장에는 품질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규제에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품질 탄소거래 한계에 부딪혀왔다. 오래전에 식재된 나무의 탄소 흡수량은 측정가능성이나 영속성 등이 충분하지 않아 탄소 배출 품질면에서 증명이 어려워 의무시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반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인정이 보다 자유롭다. 따라서 의무시장과 비교해 자발적 탄소시장의 탄소배출권은 저품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자발적 탄소시장은 거래 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 발생되는 크레딧의 안정적인 거래 한계 또한 지적되어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직면한 CIBC 등 4개 금융사를 중심으로 고품질의 탄소배출 크레딧의 안정적인 거래를 목적으로 한 카본플레이스가 구축됐고, 최근 USB, 스탠다드차타드, BNP파리바 등 굴지의 금융기관이 합류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카본플레이스는 ▲금융시장과 거래소에 적용가능한 자발적 탄소배출권 결제 인프라 구축 ▲고품질 탄소 배출권 프로젝트 제공 증가 ▲기업 등 고객이 기후위험을 관리하는 도움이 되는 도구 개발 ▲자발적 탄소시장을 위한 강력한 생태계 구축 등을 목표로 삼고, 우선적으로 2022년 말에 고품질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플랫폼에서는 국제 표준으로 검증받은 탄소 배출권만 거래되도록 할 방침이다.
카본플레이스에 합류한 스탠다드차타드의 크리스 리즈(Chris Leeds) 탄소시장 개발 책임자는 “카본플레이스는 자발적 탄소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고객들이 남반구(개발도상국을 지칭)의 탄소 제거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다”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로이터는 금융섹터의 적극적인 행보 등에 힘입어 자발적 탄소시장이 향후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거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런던증권거래소(LSE)는 “저탄소 경제로의 정당한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가속화”하기 위해 자국의 ‘자발적 탄소 시장(VCM)’을 새롭게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SE는 ▲투자자에게 다양한 탄소상쇄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리스크를 완화한 고품질 탄소 배출권 투자 기회 제공 ▲탄소에 대한 ‘명확한 가격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투명한 벤치마크 추가 제공 ▲공시율이 높은 동시에 규제망에서도 평판이 좋은 기관을 통한 고품질 탄소배출 거래 기회 촉진 등을 통해 VCM을 강화할 방침이다.
싱가포르도 글로벌 탄소 시장 형성을 목표로 CIX(Climate Impact X)를 지난해 설립했다. CIX는 싱가포르 DBS은행,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 및 타마섹 홀딩스의 합작 투자회사로 출범됐으며, 다국적기업, 기관투자가 등을 주로 고객으로 한 대규모 탄소배출권 거래를 담당할 계획이다. 또 각 기업이 할당 받은 배출권과 실제 배출량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인공위성으로 감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명성을 높여, 배출량 정보의 신뢰성 확보에도 주력해 고품질 탄소배출권 거래를 활성화시킬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