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보존채권을 아시나요?...ESG 이색 투자상품 잇따라 출시
재생에너지, 탄소 배출과 같은 기후변화 이슈만이 아니라 곡물과 코뿔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ESG 이색 투자상품들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나스닥은 세계 최초로 탄소 제거 지수를 만들어 발표했다.
세계은행, 세계 최초로 코뿔소 보존 채권 발행
세계은행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 코뿔소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세계 최초의 야생동물 보호 채권을 발행했다.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1828억원) 규모다.
5년 만기로 발행된 ‘코뿔소 채권(Rhino Bond)’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도 코끼리 국립공원(AENP)과 그레이트 피시 리버 자연보호구역(GFRNR)의 검은 코뿔소 개체 수의 증가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코뿔소 개체가 증가할 경우 5년 후 투자자는 3.7~9.2% 사이의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검은 코뿔소 개체군에 변화가 없다면 수익을 얻지 못한다.
검은 코뿔소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세이브 라이노(save the Rhino)’의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와 1990년대 사이 중국과 중동의 뿔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밀렵으로 인해 개체 수가 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500마리 미만이 살아남았고 이후 전개된 보전 노력으로 현재는 약 5500마리의 검은 코뿔소가 있는 상태다.
데이비드 맬패스(David Malpass) 세계은행 총재는 “코뿔소 채권은 글로벌 공공재에 대한 민간 부문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접근 방식”이라며 “성공에 따른 비용 지불 구조는 세계은행의 인프라와 자본시장 실적을 활용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보존 노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 탄소 제거 지수 출시
나스닥은 이날 탄소 제거 가격 추적에만 초점을 맞춘 지수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지수는 MS, 스위스리와 협력하는 퓨로 어스(Puro.earth)의 탄소 제거 인증서(CORCs)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나스닥의 유럽 채권 및 ESG 책임자인 프레드릭 엑스트룀(Fredrik Ekström)은 “새로운 지수는 탄소 제거에 대한 가격의 기준을 생성해 투자를 장려하고, 투명한 탄소 제거 시장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라고 밝혔다.
지수는 퓨로 어스에서 발행한 탄소 제거 크레딧을 통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가격을 추적해 이루어진다. 주요 지수인 CORC 탄소 제거 가격 지수(CORCX)는 모든 CORC 거래를 기반으로 1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비용을 반영한다. CORC 바이오차 가격 지수와 CORC 바이오 베이스 건축 자재 가격 지수는 각각 바이오차과 바이오 기반 건축 자재의 형태로 1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가격을 반영한다. 인덱스는 매월 업데이트되며 관련 트랜잭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인덱스가 지수에 추가된다.
나스닥의 새로운 탄소 제거 추적 지수는 24일(현지시각)부터 공개된다.
오렌지 주스를 다루는 ‘디렉시온 브렉퍼스트ETF’
지난 1월, 미국 자산운용사 디렉시온(Direxion)은 커피·오렌지주스·돼지고기·밀의 선물 지수를 따르는 ‘디렉시온 브렉퍼스트ETF(Direxion Breakfast Commodities Strategy)’의 승인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신청했다.
지정학적 이슈로 식량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고 식량 안보 경각심으로 인해 식품에 대한 투자 상품이 관심을 받게 되면서 생겨난 상품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TF 전문가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는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농산물 ETF가 성공을 거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블룸버그 커피 하위 지수 작년에 비해 77%, 블룸버그의 린호그 지수는 33%, 블룸버그 캔자스 밀 하위 지수는 14% 상승한 바 있다.
발추나스는 “만약 디렉시온의 브렉퍼스트 ETF가 승인된다면 오렌지 주스 선물을 추적하는 유일한 펀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ETF가 다소 모호한 상품으로 구성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도 다양한 이색 투자 상품 출시되는 상황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흐름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의 투자 상품이 생겨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ETF가 최초로 출시됐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거나,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탄소배출권 선물이 포함된 지수를 따르는 형태다. 대표적으로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 신한자산운용 '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S&P', 삼성자산운용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 등이 있다.
2021년 말에는 농산물 관련 상품이 다수 출시됐다. 엘니뇨, 라니냐 등 기상 이변으로 인해 가뭄과 산불 등이 이어지면서 옥수수와 대두, 소맥 등 곡물 가격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국내 농산물 ETN 상당수는 블롬버그 농산물지수, DJCI옥수수지수 등을 기초지수로 삼고 있다.
이달 4일에는 탄소배출권과 금속, 에너지 원자재를 동시에 담은 펀드도 출시됐다. 신한자산운용의 ‘신한그린플레이션플러스EMP’로 구리·알루미늄·천연가스 등 주요 정책이나 규제에 따라 영향을 받는 원자재들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