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의 예언? 골드만삭스, 왜 SEC 조사 받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ESG 펀드 운용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SEC의 조사는 공식적인 강제조치 없이 조사만으로 끝날 수 있지만, 골드만삭스의 대변인과 SEC의 대변인은 모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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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SEC는 골드만삭스 투자운용 자회사의 뮤추얼펀드 사업에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일부 투자가 마케팅 자료에서 약속한 ESG 지표에 위배되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사 대상이 된 펀드는 ‘청정에너지’, ‘ESG’가 들어간 펀드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 6월 블루칩 펀드를 ‘US 에쿼티 ESG 펀드’로 명칭을 바꾼 다음 ‘클린에너지’, ‘ESG’로 다시 개명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ESG 펀드의 80%를 자체 펀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 주식으로 구성하려고 하며 술, 담배, 무기, 석탄, 원유, 가스 판매 등으로 수입 대부분을 얻는 기업은 배제한다고 홍보해 왔다.
SEC은 골드만삭스가 펀드를 운용하면서 공시 의무를 준수했는지, 투자자에게 알린 내용과 다르게 투자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ESG와 밀접한 관계가 없는 기업에도 투자하면서 ESG 펀드라고 홍보하며 소비자를 기만한 사실은 없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ESG 펀드 설명서에 골드만삭스는 “ESG 펀드에 미국 주식만 포함된 경우에는 ESG 분석을 거치지만, 그런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일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며 “ESG 표준을 벗어나는 주식에 순자산의 최대 20%를 투자할 수 있다”고 예외사항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SEC는 지난해 그린워싱을 식별할 전담팀을 만들면서 ESG 펀드 관련 그린워싱 사례를 소개한 적 있다. 가령 ESG 심사 결과 좋은 성적을 낸 기업을 선정해 투자하겠다고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ESG 점수가 낮은 기업에 미리 투자를 한 경우에도 그린워싱에 해당된다.
SEC는 아직 ESG 투자의 의미나 요구 사항을 규정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집행 조치는 펀드의 과거 공시 내용과 펀드의 투자 관행이 주주에게 광고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정보회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나 ESG 투자를 홍보하는 펀드들의 총자산 규모는 2년 전만 해도 1조달러에 못 미쳤으나 올해 1분기 2조7800억달러(3558조4000억원)로 늘었다.
ESG 펀드에 기술주 대량 할당은 '게으른' 투자
한편 지난 5월 골드만삭스 루크 바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ESG 투자에 있어서 IT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일종의 게으른 접근”이라고 비판한 적 있다.
바스 애널리스트는 “IT는 고도 성장 비즈니스로, ESG의 일종으로 위장할 수 있는 산업 부문”이라며 “실제로 ESG에 대해 생각할 때 ESG는 부문별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SG 펀드에 기술주를 많이 담은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강경 대응으로 올해 많은 손실을 입었다. 나스닥100 지수는 약 20% 하락했고, 아마존 같은 대형 IT주는 이보다 더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ESG 자금이 여전히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ESG 펀드인 블랙록의 ‘아이셰어 ESG 어웨어 MSCI USA ETF’는 애플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를 상위 3개 종목으로 가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U.S. 에쿼티 ESG 펀드도 기술주의 비중이 25%로 가장 높았다. 상위 10개 종목 중에선 마이크로소프트(7.2%), 애플(6.1%), 알파벳(4.8%) 3종목이 기술주였다.
바스 애널리스트는 “IT주는 탄소 강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며 “일부 IT 대기업과 관련된 명백한 사회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기술과 비즈니스가 몇몇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매력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이 ESG 펀드에 IT주를 다량으로 할당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부 패시브 ESG 솔루션이 실질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인 이유 중 하나는 특히 탄소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인 심사와 배제 프레임워크를 배치했기 때문”이라며 “액티브 매니저에게 변화하는 배경에 대해 포트폴리오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더 많은 유연성이나 재량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