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1조 톤을 저장할 수 있는 6곳은 어디일까?
캐나다의 지속가능 미디어 코퍼레이트 나잇츠(Corporate Knights)가 20일(현지시각) 탄소를 1조 톤 저장할 수 있는 6곳을 소개했다. 숲, 흙, 벙커, 시멘트, 플라스틱, 소비재다.
UN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이하 IPCC)의 최근 보고서는 "탄소배출량을 즉각적으로 줄이는 것 외에 전 세계가 공기 중 1조 톤의 탄소를 없애기 위해 탄소제거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 화제가 됐다.
IPCC가 언급한 탄소제거 기술은 간단히 말하면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걸러내 땅속 깊이 묻거나,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공기중 직접포집(이하 DAC)으로 알려진 이 기술은 최근 기후 과학자들이 이 기술이 없으면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허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경고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IPCC가 탄소 제거기술 도입 제안하자 각계에서 호응
그러면 포집한 탄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초기에는 포집한 탄소를 활용해 탄산음료와 보드카부터 다이아몬드, 시계까지 광범위한 소비재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틈새 시장에 초점을 맞춘 신생기업들은 현재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DAC 전문가들과 경영진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영구적으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조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6곳이 주목받는 이유다.
먼저 숲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탄소 저장고'다. 사이언스지에 실린 ‘글로벌 나무 복원의 잠재력(The global tree restoration potential)’ 논문에 따르면, 나무의 복원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다.
스위스의 장 프랑수아 바스틴(Jean-Francois Bastin)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지구의 숲 복원 가능성을 추정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숲의 직접 측정치를 사용했다.
그들은 지구의 생태계가 현재보다 25% 더 많은 9억 헥타르(2조7225억평)의 숲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들은 0.5조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음으로써 우리는 약 205기가톤의 탄소를 포획할 수 있으며, 이는 대기 중 탄소를 약 25%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20년 동안 인간이 배출한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즉, 1960년 이후 인간이 배출한 모든 탄소 배출량의 약 절반이다. 이 연구는 과학계의 비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제트 추진 연구소의 선임 과학자인 사산 사치(Sassan Saatchi)는 "이번 연구가 전 세계 산림 복원 잠재력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치를 제시했으며, 과거의 연구보다 더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 복원에 대한 이 논문의 결론은 2018년 IPCC의 권고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IPCC는 9억5000만 헥타르(2조8737억평)의 새로운 삼림이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섭씨 1.5도 이상으로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5조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세계 탄소의 4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무를 재배하는 단일 농장보다는 기존 숲을 보호하는 것과 야생화시키는 작업을 조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농지의 15%를 야생화하면 연간 299기가톤의 CO2를 억제할 수 있다.
5조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세계 탄소의 4분의 1을 줄일 수 있어
두 번째 탄소저장고는 흙이다.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농장 경작지는 연간 4~5기가톤의 탄소를 격리시킬 수 있다고 추정한다. 토양이 같은 농장이라도 각 부분마다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것을 대규모로 측정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 번째는 벙커(동굴 포함)다. 연구원들은 포집한 이산화탄소가 지하, 석유와 가스 저장고, 채굴할 수 없는 석탄층, 지질층(캐나다 앨버타 주 동굴 포함)에 저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지질조사국(The U.S. Geological Survey)은 미국이 이런 방식으로 약 3000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캐나다의 앨버타(Alberta)주 정부는 탄소 포집 및 저장 허브를 위해 주 전역에 걸쳐 지하 동굴을 사용하기 위해 40개 이상의 신청을 받고 있다. 앨버타 주의 탄소 저장 허브에 참여하려는 신청은 폭주하고 있다. 앨버타 주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풍부한 지질층(공극 공간)을 CCUS 허브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개별 기업이나 컨소시엄을 원한다.
하지만 CCUS에 집중하는 것은 앨버타 뿐만 아니다. 작년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새로운 시설 계획이 발표되었고, 국제 에너지 기구는 이 기술이 탄소 배출 제로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 지하 벙커에 탄소 3000기가톤 저장 가능 예측
네 번째인 시멘트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하는 건축자재이지만, 쉽게 교체하기가 힘든 소재 중 하나다. 연구자들은 2050년까지 이 부문에서 0.1~0.4기가 톤의 이산화탄소를 분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까지 탄소포집 시멘트 기술은 제한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섯 번째 탄소저장고는 플라스틱이다.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최대 8%가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을까? CO2 20%의 폴리우레탄 발포제 등 저탄소 플라스틱을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소수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부분 매립지로 향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CO2를 주입하는 것이 옳은가"를 경계한다.
여섯 번째는 바로 소비재다. 재활용 탄소를 사용하는 소비재가 증가하고 있다. 한 보드카 브랜드는 1파운드의 공기에서 포집한 CO2를 순수한 에탄올로 변환시킨다고 주장한다. 유니레버는 공장에서 채취한 CO2에서 일부 추출된 계면활성제를 침전시켜 만든 세탁용 캡슐세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