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크레딧, 포장재 혁신 과도기의 구원투수 될까?
궁극적 해결책 아니어도 폐기물 처리에 자금 조달 효과
배출한 탄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탄소크레딧과 유사한 ‘플라스틱 크레딧’ 개념이 등장했다. 플라스틱 크레딧 제도가 포장 혁신의 과도기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ESG 매체인 그린비즈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서 플라스틱을 감축한다는 선언은 꾸준히 나왔지만, 플라스틱 포장을 대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기업 대부분은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글로벌 환경단체인 리퍼포즈 글로벌(rePurpose Global)은 플라스틱 오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는 해양 내 플라스틱 제거에서 플라스틱 크레딧을 통한 재활용 시설의 신규 수익 모델 창출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프로젝트로 매년 약 1900만파운드(약 860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거하거나 재사용하고 있다고 리퍼포즈 글로벌은 설명했다.
그린비즈는 플라스틱 크레딧은 탄소상쇄와 유사한 구조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크레딧은 생산자가 플라스틱 폐기물을 포획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선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찾는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플라스틱 크레딧에 대한 비판도 있다. 기업이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오염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즉, 포장 혁신을 늦추는 핑계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크레딧이 반드시 순환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그린비즈에 따르면, 플라스틱 필름과 알루미늄박 등을 겹쳐 만든 다층플라스틱필름(MLP)은 크레딧 제도로도 재활용되지 않는다. 현재 MLP 대부분은 시멘트 제조 시설에서 석탄 대신 소각된다.
플라스틱 폐기물 현장, 막대한 자금 필요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린비즈는 기업 대부분은 크레딧 없이 현실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리퍼포즈 글로벌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년 약 300억달러(약 43조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 데이터 관련 비영리단체인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Ecosystem Marketplace)는 지난해 20년간 거래된 자발적 탄소상쇄 시장의 가치를 연간 10억달러(약 1조억원)라고 평가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향후 자금을 마련할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그린비즈는 분석했다. 지금 상황에서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플라스틱 크레딧으로 자금을 마련해 포장 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리퍼포즈 글로벌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3단계로 제시한다. ▲폐기물 관리 시스템 활성화 ▲프로젝트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 플라스틱 전환과 환경·노동 표준을 준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목표를 공유하는 플라스틱 크레딧 제도 활용이다.
이와 관련해, 그린비즈는 리퍼포즈 글로벌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웨이스트벤처스인디아(WVI), 플라스틱 폐기물 분류 및 판매
웨이스트벤처스인디아(WVI)는 인도에서 2018년 설립된 폐기물 관련 사회적 기업인데, 리퍼포즈 글로벌과 협력해 '닐라스파나(Neela Sapana)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WVI는 폐기물을 분류해 재활용 가치가 있는 재료를 판매하고, 열병합발전(cogeneration)에 사용할 MLP를 공급한다. 이렇게 분류된 MLP는 재활용 시장에서 폐기될 재료를 재사용하는 차원이라고 그린비즈는 설명했다. WVI는 파트너십으로 총 200톤이 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회수했다.
그린웜스(Green Worms), 해양으로 유입될 MLP 회수
그린웜스(Green Worms)는 인도에서 2014년 설립된 기업으로, 플라스틱 오염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순환경제 구축을 표방한다. 인도 남서부 케랄라에서 바다에 버려지는 MLP를 포획하는 '하라 부미 프로젝트(Project Hara Bhoomi)'를 진행한다.
그린비즈는 그린웜스는 하라 부미 프로젝트로 자금을 수급하면서 설비와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며, 플라스틱 폐기물 회수량도 이전보다 1500톤가량 늘었다고 덧붙였다. 회수한 플라스틱의 3분의 1은 재활용 산업, 3분의 2는 인근 열병합발전시설로 공급됐다.
그린비즈는 플라스틱 크레딧 제도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포장재 혁신을 위한 자금 조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