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미 6대 은행에 기후위험 분석 요구

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FRB)가 미국의 대형은행에 기후위험에 대한 분석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FRB는 17일(현지시각) 미국의 6대 대형은행에 기후변화 결과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 CNBC 등의 외신이 전했다.

로이터에 의하면, 이번 요청은 금융 시스템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시범적인 조치라고 한다. FRB가 은행에게 요구한 분석은 대출 불이행, 손실 및 내부 위험 평가의 가능성 변화 측면에서 기후와 관련된 특정 금융 위험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마이클 바(Michael S. Barr) FRB 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성명서에서 “FRB는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와 관련해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 리스크를 포함한 물질적 리스크를 이해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바 부위원장은 “이번 훈련은 기후 관련 금융 위험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감독자와 은행의 능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FRB의 지침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골드만 삭스, JP모건 체이스, 모건 스탠리, 웰스 파고 은행에게 7월 31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FRB는 2023년 말쯤 결과를 요약본으로 발표할 것이며, 은행별 조사결과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들은 이번 FRB 지침을 통해 동북부에 심각한 허리케인이 발생할 경우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계획하고 있으며, 화재나 가뭄과 같은 기후 충격에 대해서도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기후 충격과 관련해, 은행들은 화석연료 사용이 계속되는 경우와 2050년까지 에너지 사용이 무배출로 전환되는 경우의 두 가지 다른 전환 시나리오에서 기업 및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장부에 미치는 10년 간의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의 수석 이사인 마크 나론(Mark Narron)은 이번 훈련이 은행의 취약성, 거버넌스 및 위험 통제를 이해하기 위한 긍정적인 스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베터 마켓(Better Markets)의 사장이자 CEO인 데니스 켈러허(Dennis Kellerher)는 “두 가지가 빠져서 빈약한 스텝”이라고 비판했다. 켈러허는 “은행은 거래장부나 투자은행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없고, 기후충격 시 상업대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평가할 필요도 없다”며, “가장 큰 위험이 발생하는 모든 영역을 100% 커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의 비즈니스 및 법률 교수인 크리스티나 파라존 스키너(Christina Parajon Skinner)는 “새로운 위험으로부터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면서도 FRB의 법적 권한을 벗어나지 않는 선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접근 방식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에 대해 더 분별력 있고 현명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FRB의 요구에 대해서 모건 스탠리와 JP모건 체이스의 대표들은 언급을 거부했고, 다른 은행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미 의회 의원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FRB에 기후 정책을 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FRB 관리들은 금융 부문의 안정성에 대한 책임은 따뜻한 기온, 더 변덕스러운 날씨,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수반되는 잠재적인 혼란으로 인해 제기되는 위험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FRB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국은행은 지난해 영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첫 번째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발표하면서, 보험사와 은행 모두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협에 대한 위험 노출과 향후 수십 년간 무배출로 예상되는 전환 중 스트레스를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도 지난해 자체 기후 시나리오 시험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