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중앙은행이 주최한 회의에서 “연방은행은 의회가 정한 권한을 벗어나는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후변화 문제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파월 의장은 FRB가 통화정책을 개발할 때 기후변화는 주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재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기후 대응에 관한 정책 결정은 선출된 정부 부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의 명시적 법률이 없다면 녹색 경제 촉진이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통화정책 혹은 감독 수단의 사용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반영 여부 두고, 은행가 입장 양분
은행가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술렁였다.
머빈 킹 영란은행 전 총재는 파월 의장 입장에 동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의 선을 행하려는 열정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통화 정책을 더 기후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앞선 두 사람과는 다른 의견을 냈다.
ECB에서 매파로 평가받는 피에르 분쉬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우리가 녹색 전환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오해를 키우고 있다”며 슈나벨 이사의 의견에 반박했다.
미국 연준도 ECB와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린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자산규모가 1000억달러(약125조원)를 초과하는 은행에 기후 리스크 관리 원칙을 도입하기로 하고 두 달간의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연준 이사회(FRB)는 기후 리스크 관리 원칙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안건을 두고 찬성 6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당시 연준은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안정성에 새로운 위험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반대표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던졌다. 그는 “기후변화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대형 은행의 안전성과 건전성, 미국 금융산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FRB, 글로벌 은행의 기후 노력에 관한 분석 논문 발표
연준이 기후변화 대응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동안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 리스크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내용의 논문이 연준에서 발간됐다.
FRB는 이달 『대형 글로벌 은행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G-SIB가 세운 기후변화 계획과 진행상황을 검토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G-SIB는 국제 금융상 중요 은행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매년 선정한다.
논문은 기후 변화가 규제와 사회,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고, G-SIB는 글로벌 경제에 자본을 할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기후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FRB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G-SIB는 온실가스 직접 배출을 줄였고, 일부는 전체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 배출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G-SIB는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지속가능한금융의 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다.
G-SIB의 기후 적응 및 완화 노력…유럽, 북미, 아시아 은행 현황
연구는 G-SIB의 기후 관련 노력을 적응과 완화로 구분했다. 적응 노력은 G-SIB가 기후 변화의 위험과 기회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다. G-SIB는 기후변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데 힘썼다. 유럽, 북미, 아시아의 주요 은행들은 대부분 기후위기와 ESG 및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감독기구를 마련했다.
FRB는 G-SIB가 기후금융 이니셔티브에 빠르게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250개 이상의 글로벌 은행이 책임은행원칙(PRB)에 가입했다. 책임은행원칙은 파리기후협약과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을 위해 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국제협약이다. 넷제로은행연합(NZBA)에는 전 세계 은행자산의 41%를 운용하는 126개 은행이 가입해 있다.
기후변화의 물리 및 전환 리스크 평가는 유럽과 북미은행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유럽은행은 전환 리스크, 북미 은행은 물리 리스크를 각각 더 많이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 은행은 두 리스크 모두 일곱 개 은행 중 세 곳이 평가하고 있었다.
완화 노력은 ▲배출량과 배출원 측정 ▲다(多)배출군에 대한 자금조달 제한 ▲녹색 투자에 대한 기여와 자금 조달로 분류된다.
넷제로는 유럽, 북미, 아시아 순으로 선언했고, 스코프3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측정은 북미, 유럽, 아시아 순서로 이뤄졌다.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00조달러(약12경원)로 1년에 3조3000억달러(약4112조원)로 환산된다. G-SIB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금융에 조달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총 9조달러(약1경원)다. 북미는 매년 6750억달러(약841조원), 유럽은 4500억달러(약561조원), 아시아는 중국은행이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조달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대형 글로벌 은행들은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부 성과를 냈지만, 스코프3 배출량에 대한 측정 및 공시 문제, 전환 및 물리적 평가의 고도화, 넷제로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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