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위크, 첫날부터 정부·정유사 갈등 구도 드러나...환경 허가 완화하라
전 세계 에너지 산업 관계자가 참여하는 연례 회의인 2023 세라위크(CERAWEEK)가 6일(현지시각) 개최됐다. 행사에는 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각국 관료들 약 7000명이 참가했다. 주최자인 S&P 글로벌은 “세계 에너지 산업은 불확실성과 변화의 대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화석연료 기업 관계자들은 석유 생산을 제한하는 미국 정부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미국 에너지 기업의 경영자들은 지난 6일 비공개 만찬에서 이와 같은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댄 설리번 미국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세라위크에서 논란에 쌓인 코코노필립스의 석유 프로젝트를 승인하라고 촉구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했다.
석유업계, 환경허가 완화해야 IRA 작동한다
에너지 업계는 세라위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법을 개혁하지 않으면, 에너지 위기는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행정부가 풍력, 태양광 및 기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세금 공제를 확대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승인했지만, 환경 기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동시에 하다 보니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거대 광산 기업인 리오틴토의 에너지 및 광물 사업부 책임자 볼드 바타르는 “환경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개혁 없이는 IRA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가스회사 린데의 산지브 람바 CEO도 “IRA가 기후변화 솔루션을 찾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므로 이를 지지하지만, 미시적 관점에서 환경 허가 부분을 잘 관리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포데스타 백악관 에너지 수석고문은 회의에서 “행정부는 허가 개혁을 중요한 의제로 세웠으며,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입법 노력도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포데스타 고문은 “특히, 송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허가 절차는 지연과 병목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으나 연방 차원에서도 많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래스카주 ‘윌로우 프로젝트’ 허가건 재점화
댄 설리번 미국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정부 측에 특정 석유 프로젝트에 대해 인허가를 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윌로우 프로젝트’ 대한 허가를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는 코코노필립스가 주도하여 매장된 석유를 시추할 계획이었으나, 국토관리국의 환경 평가를 넘지 못해 중단된 상태다.
설리번 의원은 허가 절차에 대한 개혁을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프로젝트에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데스타 고문이 재생에너지의 허가에 대해서만 언급했으나, 우리는 다리, 도로, 광산을 건설하고 석유 채굴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UAE 석유장관, 빅오일이 탄소중립 선도해야
에너지 업계는 화석연료 산업의 확대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힘쓰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술탄 알 자베르 UAE 석유장관은 거대 석유기업들에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도록 촉구했다. 자베르 장관은 하이탐 알 가이스 OPEC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국 기후대사도 참석한 연설에서 “이 공간에 있는 에너지 지도자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 경험, 전문성 및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의 발언은 주요 석유 수출국인 UAE가 제28차 UN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의 주최국으로서 받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베르 장관은 “석유와 가스 산업은 다른 모든 산업과 함께 이 게임(과제)을 더 많이, 더 빠르게 수행해야 한다”며 “이 산업은 책임지고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석유시설에 대한 인허가를 요청한 만큼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셰브론과 탈로스 에너지는 걸프만 지역의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허브 규모를 3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의 합작회사인 카본버트(Carbonvert)는 텍사스 연안의 석유화학, 시멘트, 철강 및 기타 산업고객들로부터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이를 매장할 계획이다. ‘베이유 벤드허브(Bayou Bend Hub)’라고 불리는 이 허브는 2050년 수십억 달러 시장이 될 수 있는 CCUS를 위한 셰브론의 세계 최대 투자처 중 한 곳이다.
페트로브라스와 에퀴노르는 브라질에서 7개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성을 평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장 폴 프라테스 페트로브라스 CEO는 세라위크에서 “해당 프로젝트가 통과되면, 총 14.5기가와트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두 기업은 전체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총 700억달러(약 91조원)가 들고 생산은 6~10년 안에 시작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