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에 끌리는 유럽 기업들…EU, "그린딜 기준 완화하고 미국도 설득할 것"
지난 8일(현지시간)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 미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CERAWeek) 에너지 컨퍼런스에 참석해 EU 동맹국들이 자체 보조금을 더 많이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선례를 따를 것을 촉구했다.
그랜홈은 "우리는 무역 전쟁이나 그와 같은 것을 부추기고 싶지 않다. 선의의 경쟁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급망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IRA의 보조금에 대해 "기업이 은행에 가져갈 수 있는 10년간의 당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비롯한 전체 공급망에 속한 100개 이상의 회사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된 이후 미국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이곳에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IRA를 기회로 보는 유럽 기업들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 역시 IRA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의 에너지 공급업체인 렙솔(Repsol) SA의 최고경영자(CEO) 조수 존 이마즈 (Josu Jon Imaz)는 “유럽연합의 정책이 채찍에서 당근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금지 기술이나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 정책이 매력적이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마즈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프로젝트 예산의 약 40%를 석유와 가스 15억달러(약 2조원), 재생 에너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등 미국에서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이베리아반도에는 25%가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 에너지스(TotalEnergies)의 CEO 파트릭 푸야네(Patrick Pouyanné)는 세라위크 컨퍼런스에서 “IRA는 녹색 인프라를 가속화하기 위한 초대"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는 기업에게 기회가 된다. 유럽은 규제가 많다"라고 말하면서 “유럽과 미국은 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 수소 생산기업인 린데(Linde Plc)의 최고경영자(CEO) 산지브 람바(Sanjiv Lamba)는 "우리는 IRA를 좋아한다. EU의 장황한 정책보다 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IRA 의식해 규제의 턱 낮추는 EU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표된 이후, 유럽연합은 같은 조건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그린딜 산업 계획’을 내놓았다. EU 그린딜 산업 계획은 총 2500억유로(약 346조원) 규모의 세액 공제와 청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유럽 기업들이 녹색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업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 정책의 명확성이 부족하고 모호하다고 지적해왔다. 이후 유럽연합은 기존의 까다로운 요건을 완화한 ‘기후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과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초안은 3월 14일에 공개된다.
초안에는 8개 녹색기술 산업의 육성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은 전기 자동차가 세금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제조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메이드 인 USA(Made in USA)’ 요건을 완화하도록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EU 무역 정책을 감독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의장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Valdis Dombrovskis)는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EU는 배터리 구성 요소를 정의하는 방법을 확립하기를 원한다"고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했다.
돔브로브스키스는 실제로 지난 9일,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과 특정 배터리 구성 요소에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요소에 대해 적용할 것인지 논의했다"며 "이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달 말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