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한…"우리는 환경경찰 아니다"

2023-03-17     유미지 editor
블랙록 CEO 래리 핑크가 투자자들에게 연례서한을 보냈다. 이번 서한은 에너지 전환, 대리 투표, 경제적 취약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블랙록

지난 1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가 투자자들에게 연례 서한을 보냈다. 래리 핑크가 쓰는 서한은 매년 크게 이슈가 되어 왔다.

이번 서한은 에너지 전환, 대리 투표, 경제적 취약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3년 전 환경을 강조했던 서한과 달리 이번에는 ESG 또는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블랙록은 고객의 목표에 따라 자산을 관리할 뿐

블랙록은 미국에서만 2300억달러(약 302조원)를 포함해 약 4000억달러(약 525조원)의 장기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고객이 블랙록이 제공하는 선택, 조언, 장기 투자 성과 및 블랙록이 지지하는 신탁 기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반영한 결과"라며 "블랙록이 관리하는 자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돈은 누구의 것도 아닌 고객의 것이다. 블랙록의 책임과 의무는 고객에게 있다"고 전했다.

블랙록은 1999년 IPO 이후 S&P 500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금융 서비스 주식이 되었으며 총 수익률은 7700%라고 말했다.

블랙록은 1999년 IPO 이후 S&P 500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으며 총 수익률은 7700%라고 말했다./블랙록

 

SVB발 금융 위기…미국 은행에 영향 미칠지 알 수 없어

래리 핑크는 서한에서 지난주 도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언급했다. 이는 15년 만에 생겨난 전형적인 자산-부채 불일치라며 저금리로 풀린 쉬운 돈과 당국의 규제 변화가 미국 지역 은행 부문 전체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규제 당국이 SVB 파산에 신속하게 대응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지만 오늘날의 은행 위기로 인해 은행에 대한 자본 기준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퇴치를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며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민간 부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북미가 가장 큰 수혜국 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로 지난 몇 년간 공급망도 극적으로 재편되었다고 전했다. 식품, 에너지, 반도체, AI 등 기업과 국가는 모두 지정학적 긴장에 노출된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탄력적이고 안전한 공급망이 갖춰질 것이며 국가 안보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런 가격과 보안 간의 절충안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이유라며 향후 몇 년 동안 3.5% 또는 4%의 물가 인상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북미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이라며 “공공정책은 미국에서 반도체칩 제조를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으며 AI의 혁신은 새로운 관심사”라고 전했다. 

 

‘조용한 위기’에 직면한 퇴직 문제

핑크 CEO는 전 세계가 퇴직과 관련해 ‘조용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북미, 중국, 일본의 인구는 수명이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은 감소해 고령화되고 있고,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소득이 더 느리게 증가하거나 감소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각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핑크는 블랙록이 관리하는 자금의 절반 이상이 은퇴와 관련되어 있다며 사람들이 은퇴 자금을 조달하도록 돕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퇴와 같은 재정적 목표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 금융 기관에 대한 신뢰, 시장의 무결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전했다.

블랙록은 라이프 패스(LifePath)라고 불리는 미국 최초의 타깃 데이트 펀드를 지니고 있다. 30년이 지난 현재 라이프 패스 펀드는3500억달러(약 46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약 4000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블랙록은 휴먼 인터레스트(Human Interest)에 소수 투자를 하고 파이낸싱 라운드를 주도했다. 휴먼 인터레스트는 중소기업이 직원들의 은퇴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퇴직연금 제공 업체다. 또,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다른 많은 시장에서도 현지 투자 솔루션을 제공해, 은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환경 경찰이 아니야

핑크 CEO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려면 인구 통계, 정부 정책, 기술 발전 및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포함해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통화 및 재정 정책이 수익의 주요 동인이 될 것이며 장기 투자로는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이 경제, 자산 가격 및 투자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년 동안 블랙록은 기후 위험을 투자 위험으로 간주했고, 여전히 그렇다"고 전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파키스탄, 유럽과 호주,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누구나 볼 수 있다”라며 “날씨 패턴 변화에 따라 이미 보험료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많은 고객의 최우선 과제이며 블랙록 고객은 다양한 투자 목표와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전환 경로에 맞추거나 해당 전환을 가속화하는 방법에 투자하려는 고객이 있는 반면, 하지 않기로 선택한 고객도 있다”라며 “블랙록은 두 가지 유형 모두를 제공한다”라고 전했다.

반 ESG 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블랙록이 기업이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강요한다는 비난을 해왔다. 핑크는 “고객이 중요한 지속 가능성 위험 요소를 추적하고 투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회사가 공개를 옹호하고 회사가 에너지 전환을 탐색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일관되게 말했듯, 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법을 제정하는 것이지,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기업이 환경 경찰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래리 핑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최상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블랙록의 수탁 의무이며, 여기에 기후데이터가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대리투표가 확산되면 기업 지배구조에 혁신이 일어날 것

래리 핑크는 작년에 고객과 기업 CEO들에게 쓴 서한처럼 대리투표가 널리 채택된다면 주주 민주주의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킴으로써 기업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블랙록의 스튜어드십은 자산 소유자를 위해 보다 나은 투자 실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 지배 구조에 목소리를 더하는 것이 주주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리 고문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주 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낼 수 있는 의결권 고문이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전했다.

 

지속적으로 탐색 중인 디지털 자산 분야

2년 전만 해도 래리 핑크는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커 투기적 거래 수단의 성격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서한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스템은 자금 세탁과 부패의 위험을 줄여 국제 거래의 정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역시 디지털 자산에 대해 언급했다. “금융 서비스 중 지난 1년간 화제가 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디지털 자산”이라고 말한 것이다. 특히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의 일부와 같은 많은 신흥 시장에서는 디지털 자산의 극적인 진보, 비용 절감, 금융 통합의 진전을 목격하고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 시장은 혁신에 뒤처져 있어 결제 비용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의 토큰화는 자본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치 사슬을 단축하며, 투자자들에게 비용과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랙록은 허가된 블록체인과 주식 및 채권의 토큰화 등 고객과 가장 관련이 많은 분야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