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내부탄소가격제 시범 도입키로

2023-06-14     홍명표 editor
파나소닉 그룹의 홈페이지

일본의 파나소닉(Panasonic)은 탄소 중립과 순환 경제에서 자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탄소가격제(ICP)를 시행한다고 환경리더(Environmental leader)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내부탄소가격제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업 내 직, 간접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다. 미래 탄소 가격 변화를 반영해 자체적으로 내부 탄소 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투자 안건 심의 시 적용한다. 

내부탄소가격제는 크게 '내부 탄소세(internal carbon fee)'와 '잠재 비용(shadow price)'으로 나뉜다. 내부 탄소세는 MS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실제 기업 내에서 사업이나 부서 단위에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잠재 비용은 신규 투자나 사업 전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배출량에 미리 비용을 적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내부 탄소세와 잠재 비용을 운영하기 이전에 내재 비용(implicit price)을 설정할 수도 있다. 내재 비용은 탄소 배출 규제 대응을 위해 소요된 비용을 뜻한다. 기업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비용을 추산하는 것으로, 내부 탄소세나 잠재 비용처럼 미래 비용에 대한 영향력은 적다. 기업은 이러한 내재 비용을 도입함으로써 내부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그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기존엔 투자 안건을 평가할 때 현재의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내부탄소가격제는 미래 탄소 비용까지 반영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투자 경제성을 검토한다. 

한편, 파나소닉이 2024 회계연도에 출시할 예정인 내부탄소가격제는 기업들의 배출 감소 노력을 투자 결정 기준으로 고려하여 시범적으로 탄소 1톤당 2만엔(약 18만원)을 배정할 예정이다. 

파나소닉은 가전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리빙 가전 및 솔루션 자회사부터 내부탄소가격제를 시작한다. 내부탄소가격제의 유효성이 검증되고 필요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향후 전사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규 투자 결정은 기업 온실가스 배출을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GHG 프로토콜(Protocol)을 기준으로 비용을 적용한다. 즉, 스코프 1, 2, 3을 기준으로 한다.

내부탄소가격제는 스코프3 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을 고려하여 기업의 전체 가치 사슬 및 사회에서의 탄소 배출물 감소에 대한 전반적인 기여를 평가한다. 

 

내부탄소가격제에 앞서 파나소닉의 그린 임팩트 계획 발표

지난해 1월 파나소닉은 100% 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회사 운영을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수명이 긴 제품을 만들고, 전기화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그린 임팩트(Green Impact)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파나소닉은 회사 전체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거의 1%를 전기 소비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회사가 책임지고 있는 수치라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청정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을 창출하고 제로 탄소 공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첫 제로 탄소 공장은 2018년에 출시되었으며, 파나소닉은 현재 일본, 브라질, 코스타리카 및 중국에 6개의 제로 탄소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파나소닉은 "그린 임팩트 계획에 따라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을 포함한 가치 사슬 전체에 걸쳐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자사 공장이 연간 약 50억 킬로와트 시간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220만 톤의 탄소 배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파나소닉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제품은 거의 8600만 톤의 탄소 배출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파나소닉 공장에서 배출되는 양의 약 40배다. 파나소닉은 전체적으로 가치사슬 전체의 탄소배출량이 약 1억1000만 톤이라고 말했다. 

또한, 파나소닉은 2030년까지 사업 운영에서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로써 전 세계 배출량에서 3억 톤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CDP의 내부탄소가격제의 책자 표지

한편, 국내에서도 내부탄소가격제의 도입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창사 60주년 기념식에서 ‘올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 비전 선포에 이어 내부탄소가격제 등을 도입하며 ESG 리더십을 보다 강화해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체계적인 넷제로 전략 실행을 통해 2022년 현재까지 2019년 기준 배출량 대비 약 15% 이상의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화학도 내부 탄소 가격제를 시범 도입 중이다. 새로운 사업 투자 시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심사 프로세스 가이드를 마련해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소비재 기업도 나섰다. KT&G는 지난해 3월부터 내부 탄소 가격제를 도입한 후 투자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제조본부 설비 투자(CAPEX)에 시범 적용 중이고 향후 신성장 투자 등 경영 전반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해외 바이오 사업장에 내부 탄소세를 도입하고 올해 전사 확대 적용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