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삼림벌채법에 우려 표한 커피 기업들…투자자들, 기업이 공급망 정리 안하면 배제할 것

2023-07-31     유미지 editor
이탈리아의 커피 제조기업 라바짜와 제과 브랜드인 몬델레즈 그룹과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EU의 산림벌채법 시행을 앞두고 실효 가능성이 낮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 Lavazza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삼림벌채는 화석연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탄소 배출 요인이다. 이에 EU는 지난 12월, 삼림벌채와 관련된 상품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데 합의했다. 해당 규정은 2024년 말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커피 제조기업 라바짜(Lavazza)와 제과 브랜드인 몬델레즈(Mondelez) 그룹과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EU의 산림벌채법(EU deforestation law)이 실효 가능성이 낮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유럽연합은 식품기업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자발적으로 공급망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획기적인 삼림벌채법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혀왔다.

EU 삼림벌채법이 시행되면 커피, 코코아, 쇠고기, 콩, 고무 및 팜유 수입업체는 공급망이 기후 변화의 원인인 산림 파괴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매출액의 최대 4%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라바짜 그룹(Lavazza Group)의 주세페 라바짜(Giuseppe Lavazza)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커피 공급망이 복잡하고 추적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법을 실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커피 공급망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소규모 농장에서는 지리적 위치 및 연락처에 대한 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추적 가능성이 이 분야에서 큰 문제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럽위원회 조사 위원인 크리스토프 한센(Christophe Hansen)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커피 부문 생산자들은 규모가 상당히 작기 때문에 도전이 될 수 있지만, 유럽위원회는 소작농이 요구 사항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돕는 의무를 법안 본문에 통합했다"라고 전했다.  

몬델레즈는 로이터 통신에 "EU 가 이 법을 통제하거나 시행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어스사이트(Earthsight), 식품환경보고네트워크(FERN), 솔리다리다드(Solidaridad) 등과 같은 비영리 단체는 "EU의 삼림벌채 법률이 대부분 기업이 벌채된 지역에서 조달을 중단하겠다는 자발적 서약을 실행하도록 요구한다"고 말했다.

식품환경보고네트워크의 숲 관련 캠페이너이자 변호사인 줄리아 크리스천(Julia Christian)은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커피 공급망을 추적하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다. 코코아와 같은 다른 부문도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투자자들, “삼림벌채 해결안 없는 기업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할 것”

몇몇 주요 투자자들은 삼림벌채 문제가 제기된 공급망을 가진 소비재 제조업체를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슬레(Nestle), 펩시코(pepsico), 다농(Danone), 비욘드 미트(Beyond Meat), 로레알(L'Oreal)의 지분과 자산 약 4240억유로(약 597조원)를 보유한 독일의 유니언 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는 지난해 56개 소비재 회사에 공급망에서의 삼림 벌채에 대해 묻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로이터가 유니언의 내부 투자 문서를 확인한 결과 서한에 대한 응답을 30건 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4개 회사는 삼림 벌채 목표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언 인베스트먼트의 ESG 책임자 헨리크 폰첸(Henrik Pontzen)은 "주요 투자자로서, 이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편지를 쓰는 모든 회사로부터 답변을 받는다. 대답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할 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폰첸은 "점진적 갈등 요소가 더 심각해지면 유니언은 기업을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로더스(Schroders), 자누스 헨더슨(Janus Henderson), NBIM, 유니언 인베스트먼트, KLP, 아비바(Aviva), 피델리티 인터내셔널(Fidelity International), 나인티 원(Ninety One) 그룹 등 8개 주요 기관 주주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소비재 제조업체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의 투자책임자인 스노레 예르데(Snorre Gjerde)는 "EU의 삼림벌채 법안은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재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적극적이거나 퇴보하거나, 삼림벌채 목표를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

네슬레는 글로벌 재조림 프로그램을 내놓고 위성 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삼림 벌채를 모니터링하는 등 다양한 삼림벌채 목표를 내놓고 운영 중에 있다. /네슬레

몇몇 기업들은 삼림 벌채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고 말한다.

글로벌 식품 기업인 네슬레는 2025년까지 코코아와 커피를 위해 완전히 삼림 벌채가 없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슬레는 고기, 펄프 및 종이, 콩 및 설탕 1차 공급망에 대해 평균 99% 삼림 벌채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재조림 프로그램을 내놓고 공급망이 있는 지역에 2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기르거나 위성 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팜유, 펄프, 종이 및 코코아 공급망의 삼림 벌채를 모니터링하겠다고도 전했다.

유니레버는 2023년 말까지 팜유, 종이, 차, 콩, 코코아에서 삼림 벌채 없는 공급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P&G는 삼림 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 펄프를 구매하지 않겠다던 정책을 철회해 문제시되었다. P&G는 지난 5월 삼림 정책을 개정하면서 삼림 파괴 활동은 하지 않겠다던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