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비재 제조업체 P&G(Procter & Gamble Company)가 삼림 황폐화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 펄프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철회했다고 지난 26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P&G의 인기 브랜드인 차민 화장지(Charmin toilet paper), 바운티 페이퍼 타월(Bounty paper towels), 퍼프 티슈(Puffs tissues) 등은 라틴 아메리카, 유럽, 캐나다, 미국의 공급업체로부터 목재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차민 화장지 / 차민 화장지 홈페이지
차민 화장지 / 차민 화장지 홈페이지

 

P&G, 삼림 보호 서약 삭제

“UN 식량농업기구도 삼림 황폐화에 대한 보편적 정의 없다고 인정했다”

P&G가 지난 5월 삼림 정책을 개정하며 2021년 발표한 기존의 환경 서약에서 삼림 파괴, 즉 식수, 동물 서식지, 기타 삼림의 중요한 구성 요소에 해를 끼치는 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P&G 글로벌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 잭 맥아너니는 7월 18일 비공개 온라인 브리핑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삼림 황폐화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는 없다고 인정한 후 펄프와 같은 임업 상품 정책을 합리화했다”고 공식화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22년 세계 삼림 현황 보고서(FAO 2022 State of the World’s Forests report)에서 “삼림 황폐화에 대한 널리 적용되는 정의가 없고,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 브리핑에 참여했던 소식통에 따르면, P&G 주요 주주 중 하나인 BNP파리바 자산운용은 삼림 파괴 금지 서약이 삭제된 배경과, 이것이 P&G의 소싱 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맥아너니 부사장은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인정한 바와 같이 삼림 황폐화에 대한 정의는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P&G의 문구도 간소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맥아너니 부사장은 “소비자에게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제공하고 숲을 숲으로 유지하려는 P&G의 노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산림벌채법 준수에는 문제 없나...

"시대 흐름에 뒤쳐지는 조치"... 투자자와 환경단체들, 비판 이어져

반면 환경단체들과 세 명의 투자자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삼림 황폐화와 원시림 벌목의 폐해를 정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환경운동가 가우라브 마단은 P&G의 정책 변경을 두고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식을 전한 로이터는 P&G의 이번 조치가 2024년말 시행 예정인 유럽연합의 삼림벌채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P&G 투자사 중 하나인 그린 센츄리(Green Century) 사장 레슬리 사무엘리치는 “기업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P&G의 이번 조치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 센츄리는 11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투자회사로, 2020년 P&G 주주 67%가 찬성한 삼림벌채 및 삼림 황폐화 축소 방안을 강구해 보고하라는 주주 제안을 주도한 바 있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이하 NRDC, 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해당 주주제안을 P&G가 사실상 무시했다며 지난 2022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소한 바 있다. NRDC에 따르면, P&G의 인기 브랜드인 차민 화장지는 지구 육지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30%를 흡수하는 캐나다 북대서양숲을 벌목해 만들어진다.

P&G 가정용품 부문 부사장 토니아 엘로드는 “향후 도입될 유럽연합의 삼림벌채법을 준수할 것이며, 삼림벌채에 대한 엄격한 규정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종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나무 한 그루마다 최소 두 그루가 자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월 기준 3억7800만달러(약 4805억원)의 P&G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로베코의 피터 반 데르 베르프 전무이사는 이번 조치에 대해 "P&G가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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