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서명 후 1년, 기후 산업 성장했지만…미국 내에선 반대 여론 높아
‘투자는 미국이, 혜택은 외국기업에 돌아갔다’ 지적도…전 세계 기업 유치에는 성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서명한 지 1년이 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IRA 시행 1주년 행사를 열고 성과를 내세운 한편,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는 약 30%대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역사적 규모의 기후 투자…반대 목소리 높은 이유는?
IRA를 통해 미국은 태양광, 해양기술, 탄소포집 등 다양한 기후 산업에 대한 프로그램에 약 3000억 달러(약 402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했다. 이에 백악관 측은 IRA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의 효과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데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내에선 IRA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투자를 받은 외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미국에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한 투자 계획 가운데 약 1억 달러(약 1340억원) 이상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에서 제시한 프로젝트가 20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음으로는 유럽연합(EU)의 기업이 19건으로 뒤를 이었다.
EU 집행위원회는 IRA가 발표될 때부터 EU 내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탈할 것을 우려하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EU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넷제로 산업법’을 통과시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미국과의 투자 경쟁에 나섰다.
전 세계 기후 산업 투자 효과는 컸지만…'즉각적인 배출량 감축 우선해야'
한편 그린비즈는 IRA를 통한 투자 효과 자체는 기후 산업 전반에서 큰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분야는 IRA 도입 이후 크게 성장했다. 기업들은 기존에 포집한 탄소 1톤당 약 50달러(약 7만원)의 세금 공제를 받았지만, IRA가 도입된 이후 약 180달러(약 24만원)까지 세금 공제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CCUS 기술 연구나 CCUS 프로젝트 개발도 중요하지만, 일각에선 기후 문제에 보다 즉각적인 배출량 감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그린비즈는 보도했다. 기후솔루션 기업인 드로우다운 랩스(Drawdown Labs)의 책임자인 재미 알렉산더(Jamie Alexander)는 그린비즈에 “IRA를 통해 미국은 오는 2040년에서 2050년까지의 배출량 목표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탄소 제거 기술 등 배출량 감축 기술이 준비되지 않으면 오는 2050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IRA 대표 수혜 산업은 '히트펌프ㆍ재생에너지' 부문
히트펌프 제조도 IRA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산업으로 꼽힌다고 그린비즈는 분석했다. 현재 제조되고 있는 히트펌프의 경우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기존 히터 대비 4배 이상 높은 효율을 내는 데다가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EU를 포함한 전 세계에 에너지 수급난으로 히트펌프 수요는 크게 늘었다.
히트펌프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스마트 생산공장 운영을 지난 1월 시작했다. LG의 북미지역 CEO인 토마스 윤(Thomas Yoon)은 그린비즈에 “앞으로도 미국 연방 및 주 정부는 미국 내 제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RA의 투자로 크게 성장한 산업으로는 재생에너지 부문도 빼놓을 수는 없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관계자들이 모인 미국청정전력연합(ACP)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IRA 통과 이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및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는 약 22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도 약 17만개 이상 늘었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IRA를 통한 투자를 통한 배출량 감축량은 오는 2030년까지 약 10억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 에너지부(DOE)는 IRA 도입을 통해 미국 내 가정의 전기 요금도 최소 270억 달러(약 36조원) 절약할 수 있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