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그린워싱 단속 나선다... 펀드명과 투자정책 일치 '이름 규칙' 최종 의결

2023-09-22     이재영 editor

미국이 그린워싱 등 투자자에게 오해의 소지를 주는 펀드 마케팅 단속에 나선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펀드명과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가 일치하도록 하는 '이름 규칙’(35d-1)을 최종 의결했다. 이번 규칙 도입으로 펀드 투자자산의 80%는 펀드명과 일치해야 한다.

미국에서 펀드명 규칙이 개정된 것은 20년만이다. 

SEC가 20년 만에 펀드명 규칙을 개정했다. / 픽사베이

SEC, 20년만에 이름 규정 개정… 펀드명과 투자자산 80% 일치해야

지속가능성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투자업계에도 그린워싱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전 세계 상위 20개의 ESG 펀드를 분석한 결과, 각 펀드는 평균적으로 17개의 화석연료업체에 투자하고 있었다. 친환경 기업에 투자한다며 자금을 조달해, 온실가스 배출기업을 지원한 것이다. 

미국 SEC는 투자업계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투자자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20일(현지시각) ‘이름 규칙’ 변경을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ESG, 인공지능, 빅데이터, 성장, 가치 등의 단어가 펀드명에 포함돼 있거나, 이를 활용해 투자한다고 광고하는 펀드들은 포트폴리오의 80%를 펀드명과 일치시켜야 한다.

펀드명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 기존의 펀드 이름 규정은 2001년 도입 이후 펀드 자산의 증가, ESG 달성 목표 같은 다양한 투자전략의 확산 등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SEC 의장 게리 겐슬러는 규정 개정을 위한 투표에 앞서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펀드가 광고에서 주장하는 투자 정책과 일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를 적용 받는 펀드는 전체 펀드 중 76%에 이른다. SEC는 자산운용사들의 규정 준수를 돕기 위해 규정 도입 유예기간을 당초 3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기업공개(IPO) 같이 정해진 수의 주식만 발행하는 폐쇄형 펀드는 규정 준수를 위해 펀드매니저가 투자 정책 변경을 위한 주주투표를 실행해야 한다.  

 

이름 규칙, 80% 투자정책 외 공시 의무도 강화돼…

근거 없이 미국 펀드 4분의 3을 수사망에 집어넣어… 일각에선 반발도   

개정안에 따르면, 펀드 발행인은 80% 투자정책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최소한 분기 단위로 검토해야 하며, 투자설명서를 통해 펀드명에 사용된 용어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공시해야 한다. 펀드명은 업계 내 보편적인 용어나 일반적인 의미의 영단어로 구성돼야 한다.    

비영리단체 더 나은 시장(Better Markets) 법률책임자 스테판 홀은 “투자 자산에 변화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ETF 및 뮤추얼 펀드들도 투자 유치를 위해 ESG나 지속가능성 같은 용어를 펀드 이름으로 사용한다”며 SEC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반면 투자회사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 CEO 에릭 팬은 “이번 규정은 문제가 됐던 ESG 펀드를 뛰어넘어 미국 펀드의 4분의 3을 아무런 명분도 없이 수사망에 집어넣었다”고 반발했다. 

이번 투표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마크 우에다 SEC 위원은 성명을 내고 “새로운 규정 준수를 위해 과도한 비용이 투입될 것이며 투자 대응 속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의 의의는 펀드 광고의 진실성 확보에 있다"며 "투자자와 펀드 발행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