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녹색채권 조달자금 3200억 LNG발전에 유용…금감원에 그린워싱으로 첫 신고

2024-07-04     송준호 editor

한국서부발전이 그린워싱으로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서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2회에 걸쳐 32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은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전액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투입됐음을 확인하고, 이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서부발전이 받는혐의는 두 가지다. 이는 녹색채권 발행으로 얻은 투자금을 태양광과 같은 녹색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투자설명서에 기재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과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화석연료발전에 투자해 놓고 신재생 발전설비에 투자했다고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점이다. 

이미지=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녹색채권,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 허위기재 혐의…기타 공시 서류에 LNG발전 끼워 넣어

서부발전은 2022년 녹색채권을 두 차례 발행했다. 기후솔루션은 이 두 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 녹색채권은 2022년 3월에 발행됐고 1300억원을 조달했다. 서부발전은 이 채권의 투자 설명서에 투자 내용이 허위로 기재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 사항’으로써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자금의 사용 목적을 “신재생 발전설비 건설 등”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투자자에게 녹색채권으로 조성된 자금이 친환경 에너지 투자(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연료전지발전)에 쓰일 것임을 확약함으로 신용평가사로부터도 최고 등급을 부여 받았다는 사실이 있다고 지적됐다. 

녹색채권 조달자금 투입 프로젝트 내역/한국서부발전

두 번째 녹색채권은 같은 해 5월 1900억원을 조달했다. 역시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는 자금 사용계획이 신재생 발전설비 투자를 위한 시설 자금이었으며 “당초 계획대로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설비 투자 사업 목적으로 사용됐다”라고 기재됐다. 

기후솔루션은 두 번째 녹색채권 발행에서도 다시 한번 투자자금을 “신재생 발전설비 건설 등”에 사용하겠다고 거짓 명시했다고 꼬집었다. 기후 솔루션은 기타 공시 첨부서류 중 ESG 금융상품 인증서에 사용 목적을 ‘LNG 발전’을 교묘하게 끼워 넣었다고 덧붙였다. 

 

조달 자금 3200억원, 재생에너지 아닌 LNG발전소 건설에 쓰여…금감원의 엄밀한 감독 필요해

서부발전이 지난해 4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국서부발전 녹색채권 투자자 안내문’에는 투자자에게 녹색채권에 관해 고지하고 확약한 것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도 신고 사항으로 언급됐다.

투자자 안내문은 두 녹색채권 발행과 조달자금 사용의 사후보고인 셈인데, 서부발전은 조달금 3200억원을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김포열병합 건설사업’에 투자 집행했다고 밝혔다.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 실적/한국서부발전

기후솔루션은 열병합발전이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과정을 고려하면 LNG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의 70%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LNG복합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긴 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를 328g/kWh를 배출하는 발전원으로 재생에너지와 같은 수준의 녹색 경제활동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LNG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험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서부발전은 이 같은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감춘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본시장의 신뢰와 ESG 발전을 저해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국내의 녹색채권 사용처를 조사하여 그린워싱을 적발해 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3월 한전이 2019년 글로벌 녹색채권을 16억 달러(약 2조 1200억원)어치 발행했지만 투자금의 사용처가 온실가스 감축이 아닌 채무를 갚는 데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신고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 이관행 외국변호사(미국 캘리포니아)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그린워싱 사례가 많아지고 정교해지는 만큼 금감원도 금융상품에 대한 엄밀한 감독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