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광물 문제
친환경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등의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수급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기업들이 급하게 광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유럽 공급망 실사법(CSDDD),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등의 규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광물 공급망의 ESG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산업 광물 공급망 장악한 중국…
미국의 대중국견제로 광물 수급 “빨간불”
국내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주목해서 봐야할 뉴스가 미국 하원 전략경쟁 특별위원회(House Select Committee on the Strategic Competi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Chinese Communist Party⋅이하 중국 특위)의 핵심광물정책 실무협의체 발족 소식이다.
중국 특위는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간 및 청문회 개최 ▲중국의 기술탈취 및 경제 스파이 집중조사 ▲대중국견제를 위한 동맹국간 공동전략 수립 등 강도 높은 행동을 취한 조직이다.
중국 특위가 핵심광물 정책 실무협의체를 발족하면서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 광물 공급망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 특위는 협의체의 설립 목적에 대해 “미국 산업 공급망 내 중국산 광물 유입을 추적하고, 중국 광물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법안 개정, 세제 혜택, 정부 투자 등의 행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들의 워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중국산 광물 제재 양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관세청 차원에서 중국 기업의 광물 수입을 차단하거나,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미국 기업이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적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중국 특위가 미국 공급망 내 중국 광물 추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중국산 광물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미국 국세청(IRS)은 중국산 흑연을 사용하는 기업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수령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중국산 원자재 사용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흑연의 경우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가까이 달하기에 보조금 제외 조항을 2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 특위에서 중국산 알루미늄, 니켈, 희토류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기에 중국 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규제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 산업의 광물 채굴 및 제련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하기에 기업의 발빠른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5월 8일, 산업통상부에서 중국 광물 공급망 탈피를 위해 9조7000억원의 정책 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의 대중국견제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광물 채굴로 인한 환경피해와 지역사회 마찰 격화…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필요성 커져
세계 곳곳에서는 리튬, 니켈 등의 광물 채굴로 인한 환경 및 지역사회 피해가 밝혀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정부가 리튬 채굴을 강행하기 위해 헌법을 비밀리에 개정하면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아르헨티나 후후이 지역은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 중 하나인데, 환경 및 지역사회 피해에 대한 권리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이에 지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이를 강경 진압하면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아르헨티나는 후후이를 포함해 북부지역에서 38개의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강행할 계획이다.
세르비아에서도 지역민들이 환경 피해를 이유로 생산능력 연 5만8000톤 규모의 야다르 지역 리튬채굴 사업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는 유럽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리튬 17%를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환경단체들은 리튬 채굴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토양에 침투해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폐수가 지하수와 하천오염을 초래하며, 유독가스 및 먼지가 대기 질을 약화 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2022년 대규모 시위로 인해 사업이 보류된바 있으나, 지난 6월 세르비아 정부측이 호주 광물기업 리오틴토와 사업재개를 위해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다시금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니켈 제련 시설에서 지속적으로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산업안전보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세계 최대리튬생산업체, 중국 칭산홀딩스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의 인도네시아 제련소에서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19명의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의 열악한 산업안전보건체계가 주목받았고, 수백 명의 노동자가 이에 반발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지난 6월, 같은 공장에서 폭발사건이 다시 발생해 사건의 파장이 커졌다. 이에 블룸버그가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의 안전 리스크에 대한 심층 취재기사를 발간하는 등 국제사회에서도 해당 이슈가 주목받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례들이 EU공급망 실사법(CSDDD), OECD 실사 가이드라인 등의 글로벌 실사 기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실사 기준은 ▲지역민 사전인지동의(FPIC)절차 준수 ▲사전환경영향평가 및 완화방안 마련 ▲안전관리체계 수립 및 모니터링 등의 조건을 요구하는데, 주요 광물 공급망에서 이를 위반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애플, 테슬라 등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광물 공급망 ESG리스크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에 대한 서면 자가설문이나 제3자인증업체에 의존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공급망 이슈의 근본적 원인과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같은 리스크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광물 공급부족 현상 예상돼…
특정 광물 의존도 낮은 제품, 사업적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핵심광물에 대한 수급 또한 중요하게 살펴봐야할 문제다. 특히 친환경 산업의 핵심 광물인 구리와 니켈 부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2050년까지 구리의 수요는 82% 증가할 예정이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구리광산개발이 미진해 2026년부터 공급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블룸버그NEF는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니켈(Class 1)의 공급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2029년부터 니켈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품의 가치사슬에서 어떠한 광물에 의존하는지에 따라 사업 성과가 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태양광 기업 퍼스트 솔라는 다른 기업과 달리 폴리실리콘이 아닌 카드뮴과 텔루륨을 원료로 한 카드뮴 텔루라이드(CdTe)로 태양광 패널을 제조한다. 지난 2021년,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6배 가량 급등하자, 이러한 차별점이 빛을 발했다. 한화큐셀, 트리나 솔라, 징코 솔라 등 주요 태양광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적자에 허덕인 반면, 퍼스트솔라는 오히려 매출 성장을 기록해 좋은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도 퍼스트 솔라의 매출은 29억달러(3조 9900억원)로 전년 대비 7.9% 성장했으며, 순이익은 4억 6800만달러(6643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6% 상승한바 있다.
이는 국내 배터리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기업의 주력제품, 삼원계배터리는 니켈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만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배터리는 니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블룸버그 NEF는 니켈 부족현상이 심화 될경우, LFP배터리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사업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광물 이슈는 ESG리스크를 넘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국내외 규제 및 정책 변화 ▲공급망 ESG리스크 ▲광물 수급 다변화 계획 등을 고려해 장기적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정 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순환 설계(Circular Design)와 대체소재개발과 같은 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임팩트온 송선우 에디터
임팩트온 송선우 에디터는 분석 기사를 통해 ESG 공시, 프레임워크, 트렌드 등 글로벌 ESG 주요 현안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네이버의 ‘E커머스 ESG전략 사내 세미나’, SK경영경제연구소의 ‘탄소중립 사례연구’ 등 ESG 관련 리서치와 국제 표준 분석 등의 연구작업도 함께 참여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지속가능경영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