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지지…미국 화학협회 “제조업에 대한 배신”

2024-08-19     송준호 editor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생산국인 미국이 주요 정책 전환을 통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지지할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각) 해외 미디어 로이터 통신이 단독 보도했다. 로이터의 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각)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입장 변화에 대해 브리핑한 것으로 확인된다.

플라스틱 협약 당사국들은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 감축과 재활용 중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갈등 중이다. 미국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마지막 협상위원회에서 지지 선언을 한다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대선이 11월 5일이고, 부산에서 개최되는 회의가 25일인 만큼 선거 결과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바 있다. 

이미지=언스플래시

 

미국도 플라스틱 협약 지지…미국화학협회, “제조업에 대한 배신” 비판

미국은 유럽연합 회원국, 한국, 캐나다, 르완다, 페루를 포함한 이른바 야망이 큰 국가 그룹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게 됐으며, 플라스틱 생산량을 제한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을 지지하게 됐다. 

해당 국가 그룹은 플라스틱 생산을 줄임과 동시에 생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물질을 목록화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피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과 화학물질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 변화는 산업계의 비판을 불러왔다. 미국화학위원회(ACC)는 이러한 변화가 환경단체에 바이든 행정부가 굴복했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전했다. ACC는 국제협약을 지지하지만 화학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목록이나 상한선을 정하는 데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크리스 얀 ACC 회장은 “오늘 유엔 플라스틱 협약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제한하고 화학물질을 규제하려는 입장변화로 백악관은 미국 제조업과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배신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입장변화는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입장 선회, 제5차 부산 회의서 무게추 기우나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산유국과 주요 생산국인 중국은 생산량을 줄이자는 협약 내용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제5차 회의에서도 생산량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재활용을 장려하고 포장 디자인을 변경하자는 2차적인 조치에 초점을 맞춰서 협약안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란은 공식회의 첫날에 발표한 국가 성명에서 “플라스틱 제품이 현대 생활의 근간이 됨을 인정하고, 더 나은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를 통해 오염을 줄이고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대표단도 성명에서 “모든 당사국은 최대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하며, 플라스틱 유출로 발생되는 환경 오염을 방지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만큼 제5차 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될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미국이 부산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협상의 무게추가 옮겨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