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조 전환금융은 누가 주도하는가...지속가능금융대가 2인, "산업계 지원 vs. 금융 주도"

- 로버트 에클레스, “전환금융은 성장성 있는 전환 기술 투자에 집중해야” - 벤 칼데콧, “전환계획에 기반한 금융 주도의 전환이 핵심”

2024-09-11     송준호 editor

지속가능금융의 대가로 불리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로버트 에클레스 교수와 벤 칼데콧 교수가 전환금융에 대한 글로벌 현황과 핵심 현안을 공유했다. 에클레스 교수는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초대 이사회 의장이었으며, 칼데콧 교수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태스크포스 공동 사무국장 겸 옥스퍼드 지속가능금융그룹 창립자이다.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과 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한국경제인협회 타워동 3층에서 에클레스 교수와 칼데콧 교수를 초청하여 ‘지속가능금융그룹 해외석학 초청 워크숍’을 개최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이끈 이번 포럼에서 두 석학은 전환금융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했지만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로버트 에클레스 교수(왼쪽)와 벤 칼데콧 교수(오른쪽)/ 로버트 에클레스 교수 홈페이지, 옥스퍼드 대학교_임팩트온 수정

전환금융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환금융 중심의 펀드에 현금 유입이 증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전환투자가 20년 새 55배 늘었지만 2030년까지 필요한 수준보다 18조달러(약 2경4804조원) 더 필요하다는 전환 시나리오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도 2030년까지 5개 정책금융기관이 총 420조원에 달하는 녹색자금을 공급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로버트 에클레스, “전환금융은 성장성 있는 전환 기술 투자에 집중해야”

로버트 에클레스 교수는 전환금융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전환기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전환금융은 산업계를 지원하는 역할로 산업계가 직접 전환을 주도해 나가야 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미다. 

에클레스 교수는 “기후 변화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는 데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이견이 없고 금융기관들도 넷제로 약속을 하고 있다”며 “관건은 금융이 실물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야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물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진보와 보수의 입장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에클레스 교수는 “미국의 진보는 금융 주도의 전환, 보수는 기술 주도의 전환을 얘기한다”며 “금융 주도 전환은 CSRD(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 SFDR(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과 같은 정보 공시의 기준과 규제, 기후변화 계획 등을 금융의 노력으로 만들고 세우는 방식의 전환이고, 기술 주도의 전환은 탄소포집저장, 지열,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의 기술에 투자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에클레스 교수/임팩트온

에클레스 교수는 전환과 성장을 함께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은 분명 중요하지만 정치적인 논쟁을 피하고 기술 주도의 전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진보진영에서 엑손모빌, BP, 셰브론과 같은 화석연료 기업에 자금조달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지만, 이들이 사업을 접는다면 당장의 수요를 확충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국가의 국영기업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곳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에클레스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스코프3를 포함한 공시 부문이 특히 정치화됐는데, 분명 중요한 영역이지만 공시가 된다고 전환에 대한 기업의 태도가 순식간에 바뀌는 게 아니므로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며 “오히려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탄소세를 고도화하고 재정적 수익과 성장이 있는 전환 기술 투자를 통해 실질적인 기회 창출에 집중하는 게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벤 칼데콧, “전환계획에 기반한 금융 주도의 전환이 핵심”

벤 칼데콧 교수는 금융이 주도하여 산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데콧 교수는 “전환금융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명확한 전환 계획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환계획을 “목표, 실행, 전환에 필요한 모든 자원들을 어우르는 전략을 담은 통합적인 기관 전략”이라며 “금융기관이 전환계획을 세우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힘쓰는 이유는 이 계획을 기업의 사업 및 운영 계획에 통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칼데콧 교수는 영국이 2022년 전환계획 태스크포스(Transition Plan Taskforce, TPT)를 출범시킨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TPT는 전환계획 공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으며, 야망(Ambition), 행동(Action), 책무(Accountability) 세 가지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전환계획이 실제 기업의 계획에 통합되려면 신뢰도 높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칼데콧 교수는 “일론 머스크 회장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ESG 평가의 신뢰성을 비판했던 포인트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칼데콧 교수는 “모든 기업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셋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벤 칼데콧 교수/임팩트온

칼데콧 교수는 전환금융에 택소노미를 도입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의 ESG투자는 죄악산업을 배제하던 1세대 투자, 다양한 ESG 요소를 통합해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2세대를 넘어 택소노미가 분류하는 녹색산업에 자본을 집중한다는 2.5세대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칼데콧 교수는 “시간에 따라 수용 가능한 전환 연료와 기술, 비용과 예산도 빠르게 변화하는데, 택소노미라는 정적인 체크 리스트로는 이를 담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의 규제를 도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환금융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인센티브와 패널티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플로어의 질문에는 “패널티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칼데콧 교수는 “변화가 있으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지만, 인센티브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부족하다”며 “페널티를 통해 변화를 추동하고, 변화가 발생하면 인센티브를 줘서 속도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 비용, 유동성, 기업 관행 변화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 어떤 인센티브가 적절한지를 더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