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지난 19일(현지시각)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전환계획을 세운 기업 수가 늘어났지만, 계획을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CDP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환계획을 수립한 글로벌 기업의 수는 전년도와 비교해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129개국에 위치한 2만3000여 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CDP, 전환계획 늘었으나 핵심 평가지표 21개 모두 담아야
응답 기업 5900여 곳(26%)은 파리협정에서 논의된 1.5도 지구기온상승제한 경로에 부합하는 전환 계획을 수립했으며, 8200여 곳(36%)은 2025년까지 전환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CDP는 2만3000개 가량의 기업 보고서들을 평가한 결과, 유럽과 한국의 기업들이 정보 공개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FTSEurofirst 300 지수 와 한국의 KOSPI 200에 상장된 기업은 각각 77%와 75%가 대부분의 주요 지표를 포함한 전환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S &P/TSX60(캐나다) 및 CSI 300(중국)에 상장된 기업들은 각각 28%와 29%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별로 전환계획에서 차이가 벌어졌지만,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DP가 제시한 21개의 핵심 평가지표 중 14개 이상을 포함한 계획을 공개한 기업은 전체의 39% 정도다. 모든 지표가 포함된 계획을 공개한 기업은 140곳으로 전체의 0.6%에 불과했다.
CDP는 핵심 평가지표의 요구사항에 맞춰 전환 계획을 고도화하는 게 유럽 등 주요 글로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CDP는 성명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EU 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와 같은 ESG공시 기준들이 기업에 전환계획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신뢰도 높은 전환계획이 넷제로 경제의 성공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SFDR)에도 ‘전환’ 범주 포함…기업 자금조달에도 영향 미칠 전망
CDP가 언급했듯, 실제로 전환계획에 대한 요구가 규제에 반영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SFDR의 개정안 채택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여기에 전환 카테고리를 포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프랑스와 독일의 자문기구가 금융 부문의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법인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SFDR)의 개선사항에 대한 공동의견을 낸 데 이어, 유럽감독당국(ESA)도 지난 18일(현지시각) 공동의견을 담은 성명을 냈다.
ESA는 SFDR에 명확한 목표와 기준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과 전환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카테고리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즉, 그린워싱이 발생할 수 있는 회색 공간을 명확한 기준으로 정의한 지속가능성(sustainable) 라벨을 만들어 이를 제거하자는 것과 전환(transition)이 중요해지니, 이에 자금을 조달하는 전환금융에 대한 기준도 도입하자는 의미다.
ESA는 유럽 집행위원회에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도입하자는 사항과 더불어 상품의 등급을 매기는 지속가능성 지표도 반영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블룸버그 등 해외 미디어에 따르면, 집행위는 해당 사항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전환이 SFDR에 포함되면, 기업들이 재원을 조달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요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에너지 전환에 매년 4조달러 필요하다고 전망한 전환 시나리오 보고서를 내고, 이와 관련된 투자 방침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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