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역은행, 화석연료 대출 급증…골드만삭스, ‘순환성 지표’로 글렌코어 투자

- 북미 지역은행, 화석연료 신규 거래 확보에 혈안 - 골드만삭스, 순환성 점수 높은 석탄 대기업 글렌코어에 투자

2024-09-12     송준호 editor

미국과 캐나다의 지역 은행들이 화석연료 거래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며, 화석연료 금융의 판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예컨대, 미국의 텍사스 캐피탈 은행은 지난 2년 6개월간 해당 거래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렸다. 트루이스트 증권, FHN 파이낸셜, 케이던스 은행, 캐나다 웨스턴 은행, BOK 파이낸셜 등의 북미 지역은행들도 2021년 이후 석유, 석탄, 가스 거래 건수가 급등해 세계 상위 50대 대출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유럽 연합의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와 네덜란드 최대 대출 기관인 ING Groep NV는 2022년 초부터 각종 기후 비영리 단체의 소송으로 인해 화석연료 거래를 가장 크게 줄인 은행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북미 지역은행, 화석연료 신규 거래 확보에 혈안

이는 유럽은행들이 화석연료 대출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고, 그 빈자리를 북미의 지역 은행들이 채우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해석된다. 

텍사스 캐피털 은행의 에너지 책임자인 마크 그레이엄은 블룸버그에 “우리는 더 이상 유럽 은행들과 경쟁하지 않는다”며 유럽 은행들의 후퇴로 인해 화석연료 부문에서 새로운 고객들을 계속해서 유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BOK 파이낸셜의 에너지금융 부문 수석 부사장 마리솔 살라자르는 “지역은행들이 새로운 화석연료 거래에 적극적이고 굶주려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화석연료 산업의 자금원이 규제가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이동하는 ‘금융 대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ChatGPT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임팩트온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지속가능자원 연구소의 방문 연구원인 맥스 팔켄버그는 “화석연료 자금조달에 있어 북미 지역은행들의 부상은 산업에 있어 심각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지역은행은 유럽의 대형은행, 심지어 미국의 대형은행보다 자본 대출 조건이 엄격하지 않기에 화석연료 산업이 규제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자리 잡게 된다”고 부연했다.

팔켄버그는 10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관련된 연구를 공동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16년 파리협정이 체결된 이후로 화석연료 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금융 대체 현상 때문이라는 게 결론이다.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의 스코샤 은행, 미국의 BMO캐피털마켓, 일본의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미즈호은행을 포함한 일본과 캐나다 은행들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와 2017년에서 2021년까지의 구간을 비교했을 때 화석 연료 고객에 대한 연평균 대출 금액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유럽 은행들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자본을 회수한다면 글로벌 탄소 저감이라는 목적에는 합치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팔켄버그는 "유럽 은행들이 대체 효과를 제한하는 글로벌 규제 없이 화석연료 자본에서 철수한다면 프로젝트 수준에서 긍정적인 영향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순환성 점수 높은 석탄 대기업 글렌코어에 투자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세계 최대의 석탄수출업체인 글렌코어에 투자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자체 ESG 기준을 통합해 투자를 진행하는데, 글렌코어는 높은 ESG 점수를 받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 같은 빅테크 기업은 낮은 점수를 받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됐다고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각) 전했다.  

이를 가른 기준은 골드만삭스가 채택한 ‘순환성’ 지표다. 해당 지표는 회사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재료 및 제품의 재사용에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지에 따라 주식을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즉, 글렌코어가 세계 최대의 석탄수출업체이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재활용업체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골드만삭스의 선택을 받았다는 말이다. 빅테크 기업은 이와 비교해 순환성 지표가 낮아 투자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미지=골드만삭스 홈페이지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2년간 약 7000개 회사의 데이터를 조사해 순환성 관련 전략에 유망한 자산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875곳이 투자 대상에 올랐다. 투자 목록에는 글렌코어뿐만 아니라 브라질의 광산 대기업 발레도 포함됐다. 발레는 2019년 브라질 남동부의 브루마지뉴 마을에 있는 철광석 광산의 폐기물 댐이 무너져 270명이 사망한 후 70억달러(약 9조원)를 배상한 사례도 있었지만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이런 투자가 탄소중립 사회로의 경로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호주 기업책임센터(Australian Centre for Corporate Responsibility, ACCR)가 4월에 발간한 보고서는 글렌코어의 2024년부터 26년까지의 기후 행동 전환 계획은 회사를 넷제로 경로에서 더 멀어지게 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에반 타일렌다는 이런 의견에 대해 "순환 경제가 현재 주제로서 상당히 과소평가받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녹색 전환은 더 많은 배터리 전력을 필요로 하고 이를 생산할 핵심 소재를 수급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있다”며 “글렌코어의 재활용 역량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일렌다는 이어 “2021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골드만삭스의 순환성 포트폴리오의 주요 기업들이 MSCI ACWI 지수를 최대 16% 상회했다”며 수익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유럽연합(EU)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재활용 원료의 사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목표를 채택했지만, 지금까지 재활용 원료의 사용률은 2010년 10.7%에서 약간 증가한 1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상황에서 규제기관은 기업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