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은행들이 석유 및 가스업계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유럽의 대형은행들이 규제와 기후소송 리스크로 화석연료 대출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지역은행들이 점유율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지역은행들…경영위기로 화석연료 대출시장에 눈 돌려

화석연료 대출을 확대한 미국 지역은행은 시티즌 파이낸셜(Citizens Financial), BOK 파이낸셜(BOK Financial), 트루이스트 증권(Truist Securities), 피프스 서드(Fifth Third), US 뱅코프(US Bancorp) 등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2022~2024년 동안 제공한 화석연료 대출 건수는 2016~2021년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미국 지역은행들이 최근 2년간 화석연료 대출을 대폭 확대했다. / 블룸버그
미국 지역은행들이 최근 2년간 화석연료 대출을 대폭 확대했다. / 블룸버그

5개 은행 중 시티즌 파이낸셜은 시민을 위한 금융기관으로서 저탄소 미래를 위한 금융권 이니셔티브를 지지하고 있지만, 현재 에너지 구조에서 석유 및 가스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트루이스트, 피프스 서드, US 뱅코프는 논평을 거부했다.

위 금융기관들 중 대출 및 투자 관련 배출량을 공개하는 은행은 피프스 서드뿐이다.

미국 지역은행들의 모순적 태도의 배경에는 경영 위기가 있다. 2023년 3월 10일(현지시각) 미국 혁신의 산실 실리콘밸리 지역의 가장 큰 상업은행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이하 SVB)이 유동성 경색으로 파산, 미국 지역은행들의 주가도 대폭락했기 때문이다. 

SVB 파산 뒤 처음 열린 3월 13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브릭은행(First Republic Bank) 주가는 62% 폭락했다. 애리조나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은행 웨스트얼라이언스은행(WAL)는 47%, 로스앤젤레스의 팩웨스트(PacWest) 및 유타의 시온스(Zions)는 20% 추락했으며 미국 지역은행 주가지수인 리피니티브(Refinitiv) 지수에 속한 156개 지역은행 중 149개 은행 주가도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이후 연방준비제도(FED) 등 미국 정부가 지급 보장을 선언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도 그 여파는 여전하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미국 중소은행들은 대형은행 쏠림, 금융규제 강화, 상업용 부동산 위기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화석연료 대출을 확대하는 미국 지역 은행들 중 일부는 반(反)ESG 법을 통과시켰거나 검토 중인 주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23년 이후 화석연료 대출 순위에서 전 세계 30위권 내로 진입한 BOK 파이낸셜은 2022년 11월 에너지 차별 철폐법(Energy Discrimination Elimination Act)을 시행한 오클라호마주의 지역 은행이다.  

에너지 차별 철폐법은 화석연료에 적대적인 기업과의 거래 금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BOK 파이낸셜의 에너지금융 부문 수석 부사장 마리솔 살라자르(Marisol Salazar)는 "(당행은) 이제 화석연료 산업에서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있다"며 "우리는 단순히 고객 유치에서 그치지 않고 이 분야의 인재 엔지니어, 투자자, 관리자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탄산업에 기여하는 것은 중소 지역은행만이 아니다. 2022년 이후 화석연료 대출을 가장 많이 제공한 곳은 웰스파고(Wells Fargo),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JP모건(JPMorgan) 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은행들도 2022년 이후 화석연료 대출에서 최고 순위에 올랐다. / 블룸버그
미국 대형은행들도 2022년 이후 화석연료 대출에서 최고 순위에 올랐다. / 블룸버그

 

사모펀드, 원자재 트레이더들도 석유, 가스, 석탄업계에 자금 공급    

설사 금융업계가 석탄산업에서 철수한다고 해도 석탄산업의 자금원은 마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로펌 화이트 앤 케이스(White & Case)의 에너지그룹 파트너 제이슨 커(Jason Kerr)는 유럽연합(EU)발 규제로 일부 대형 은행들이 화석연료 대출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그 빈 자리를 원자재 거래업체나 사모투자업계가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 선불 매입 같은 단순 자금 거래만 하던 석유 트레이더들이 최근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계약을 도입, 은행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등 민간 투자자들도 합세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대체투자 컨설팅업체 프레킨(Preqin)의 분석에 따르면, 사모투자업계가 석유 및 가스산업에서 사모투자 거래 규모는 2018~2020년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에서 2021~2023년 90억달러(약 12조4600억원)로 급증했다.

한편 EU 은행들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최대 은행 BNP파리바와 네덜란드 최대 대출기관 ING그룹은 지난 2년 동안 화석연료 대출기관 순위에서 약 10위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EU 역내 은행들은 EU의 기후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며 이대로는 미국 은행과의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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