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권거래위원회, ESG워싱으로 인베스코에 245억 벌금 부과

- 운용자산 70% 이상이 ESG투자라고 홍보...실제와 달라 - SEC 수장 교체 가능성…ESG 규제 중단?

2024-11-13     송준호 editor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ESG 투자 비중을 과대 표시한 대형 투자사에 제재를 가했다. ESG 관련 허위와 과장 광고에 대한 미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정권 교체기를 맞아 감독 방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SEC는 8일(현지시각) ESG워싱 혐의로 인베스코 어드바이저스(이하 인베스코)를 기소하고 1750만달러(약 24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SEC는 인베스코가 투자자문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인베스코가 회사의 관리 자산에서 ESG 통합(ESG integration)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했다는 게 이유다. ESG 통합이란 투자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체계적이고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SEC 홈페이지

 

운용자산 70% 이상이 ESG투자라 홍보...실제와 달라

SEC 조사에 따르면, 인베스코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운용자산의 70~94%가 'ESG 통합 투자'라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ESG와 관련성이 낮은 패시브 ETF가 다수 포함됐다. 또한 ESG 통합 투자에 대한 명확한 서면 정책이 부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산제이 와드와 SEC 집행국장 대행은 "기업은 투자 트렌드와 유행어를 활용하기보다 고객과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베스코는 SEC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인베스코의 대변인인 안드레아 라파엘은 성명에서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했으며, 앞으로도 고객의 투자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SEC는 ESG 관련 공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가 ETF의 투자 약정을 위반하여 400만달러(55억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SEC 수장 교체 가능성…ESG 규제 중단?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SEC의 수장을 교체하겠다고 나선만큼, 증권거래위원회가 그간 보여온 ESG 관련 적극적인 규제 행보가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테네시주 내쉬빌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취임 첫날 게리 겐슬러를 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시각) 트럼프측이 암호화폐 육성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차기 SEC 수장으로 물색 중이라고 전했다.

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타깃이 된 이유는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SEC는 지난 5월과 7월 인베스코와 갤럭시가 신청한 이더리움(ETH) 현물 ETF 승인을 보류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 5월 CNBC에 출연해 “가상자산의 상당수는 미국 대법원의 해석대로 유가증권에 해당한다”며 “투자자들은 가상자상에 대해 공개된 정보를 충분하게 얻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이라도 SEC 위원장을 임기인 2026년까지 사임할 권한은 없다. 이에 증권업계가 위원장의 사임을 종용하고 있다. 미국증권협회(ASA)는 지난 3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전에 사임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ASA의 CEO 크리스 아이아코벨라는 최근 선거 결과를 두고 “겐슬러 회장은 투표 결과가 말해주듯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