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RE100 약속 기업 10%...재생에너지 전환 지지부진
- RE100 목표, 효과 있지만…선언 기업은 10% 불과 - 전력 슈퍼유저, 에너지 전환 너무 느려
글로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14일(현지시각) 발표한 '기업 재생에너지 조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한 기업은 10%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총 전력 사용량은 3571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13%에 달했다. 이는 인도의 전력 소비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29%로, 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RE100 목표, 효과 있지만…선언 기업은 10% 불과
RE100 목표 설정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제로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RE100을 약속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53%로, 전체 평균인 29%를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2033년까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RE100을 선언한 기업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CDP가 조사한 9551개 기업 중 RE100을 약속한 기업은 936개(10%)였다. 에너지 효율 목표를 수립한 기업도 433개(5%)에 그쳤다.
CDP는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검증도 미흡하다고 짚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명할 수 있는 스코프2 배출량의 검증에 대해서는 전체 기업의 61%가 검증을 받지 않았고, 22%만이 검증을 완료했다.
한편, 업종별로는 소비자 접점이 많은 산업일수록 RE100 목표를 설정하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22%), 서비스(19%), 호텔/숙박(17.3%), 리테일(17.8%) 등 소비자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업종들이 가장 높은 목표 설정 비율을 보였다. 반면 화석연료와 운송 서비스는 9% 수준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RE100 목표 기업의 70%가 유럽과 북미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전력 슈퍼유저, 에너지 전환 너무 느려
기업 규모별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공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TWh 이상의 전력을 쓰는 '슈퍼 유저'의 81%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밝혔고, 중소규모 기업은 54%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전체 전력 소비량의 76%를 차지하는 슈퍼 유저들의 평균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33%에 그쳤다. 반면 소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중소기업들은 47%로 더 높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기록했다.
CDP는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언하고는 있지만, 막대한 전력 사용량으로 인해 실질적인 전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CDP의 기후변화 책임자 아미르 소콜로프스키는"전력 슈퍼유저들이 시장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데도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정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