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들의 공급망 탄소 배출량이 직접 운영 배출량(스코프1, 2)보다 평균 26배 많다는 연구 보고서가 25일(현지시각) 발표됐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가 발간한 '스코프3 업스트림: 큰 도전, 간단한 해결책(Scope 3 Upstream: Big Challenges, Simple Remedies)'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CDP에 보고된 기업들의 스코프3 공급망 탄소 배출량은 직접 운영 배출량(스코프1·2)보다 평균 26배 많았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산업은 제조업이었고, 소매업과 자재업이 뒤를 이었다. 특히 소매업의 경우 공급망 탄소 배출량이 직접 운영 배출량의 92배에 달했다.
전체 공급망 탄소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 소매, 자재 부문에서 공개된 업스트림(구매 부문) 배출량은 2022년 EU 전체 배출량의 1.4배였고, 탄소 가격은 3350억달러(약 464조원) 이상으로 분석됐다.
공급망 탄소 배출 관리 중요성, 기업과 투자자에게 간과되고 있어
보고서는 스코프3가 기업과 투자자에게 계속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CDP를 통해 환경 데이터를 공개하는 기업 중 15%만이 스코프3 업스트림 부문의 목표를 설정했다. 스코프3과 비교했을 때, 스코프1·2의 배출량 측정은 2배, 배출량 목표를 설정한 비율은 2.4배 높았다. 또한, 50%의 기업만이 공급업체의 탄소 배출로 인한 재무 위험을 평가하고 있었다.
투자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투자자의 34%만이 투자 정책에 기후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 기후 리스크 정책에 피투자자에게 스코프3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스코프3 배출 사각지대가 공급망 리스크를 높이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BCG의 매니징 디렉터 겸 파트너 다이애나 디미트로바(Diana Dimitrova)는 “업스트림 배출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족하면 기업은 규제, 평판, 운영 리스크에 노출된다”며, "공급망 탄소 배출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의 책임은 리스크 관리로 수렴된다.”고 말했다.
스코프3 관리를 위한 방안…책임있는 이사회, 공급업체 참여, 내부 탄소 가격 책정
보고서는 기업이 스코프3 업스트림의 관리 개선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책임 있는 이사회 : 이사회가 기후 감독을 하는 경우, 스코프3 목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4.8배 높다. 그러나 CDP를 통해 보고하는 기업 중 기후 감독을 하고 기후 전문가가 한 명 이상 있는 이사회를 보유한 기업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공급망 탄소 배출 관리를 위해서는 이사회에서 기후 역량을 강화가 필수적이다.
▲공급업체의 참여 :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기업은 스코프3(업스트림)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6.6배 높다. 그러나 40%의 기업만이 기후 문제에 대해 공급업체와 소통하고 있으며, 10%만이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기업은 공급업체 참여를 확대하고 공급망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내부 탄소가격제(Internal Carbon Pricing) 도입 :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내부 탄소가격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한 기업은 전환 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4.1배 높다. 현재는 14%의 기업만이 도입한 상태다. 내부 탄소 가격 책정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비용과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의 경우, 스코프3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업스트림 리스크에 대한 공개 요구 : 기업에 업스트림 리스크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여 투명성과 행동을 유도한다.
▲기후 조정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Climate-Adjusted CAPM): 기후 리스크를 자본자산가격결정모델(CAPM)에 통합하여 기업 가치 평가에 스코프3 리스크를 투명하게 반영해야 한다.
한편, 2023년 CDP를 통해 공급망 탄소 배출량(스코프3)을 공개한 기업의 수는 2만3000개사로, 2022년 1만9000개 기업보다 24% 증가했고, 2020년 1만개사와 비교해서는 약 2.5배 증가했다. 공급망 탄소 배출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따라 배출량을 계산한 공급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공급망 탄소 배출의 실제 규모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밝혀지게 됐다.
◆ 스코프3 배출량이란
2001년 온실가스 프로토콜에서 처음 발표한 스코프 1·2·3 분류는 현재 온실가스 보고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코프3은 업스트림(구매)과 다운스트림(판매)을 포함한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에 대한 기업의 간접적 책임을 의미한다. 공급자로부터의 물품 구매부터 소비자의 최종 제품 사용까지의 전체 사이클 측면에서 스코프3는 기업의 탄소 배출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분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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