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벤처투자, IMO 탄소세 시행 앞두고 e-퓨얼 스타트업에 투자

- e-메탄올, 기존 선박 인프라 변경 없이 바로 사용 가능  - IMO, 2027년 탄소세 시행 유력... 내년에 관련 규제 채택될 듯  

2024-11-22     이재영 editor

스웨덴 청정연료 기업 리퀴드 윈드(Liquid Wind AB)가 e-메탄올(e-methanol)로 4400만유로(64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이번 자금 조달은 올해 유럽 청정 연료 부문 투자 라운드 중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이며,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Uniper SE), 삼성그룹 벤처캐피탈 삼성벤처투자 등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투자자별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리퀴드 윈드 웹사이트

 

e-메탄올, 기존 선박 개조 없이 바로 사용 가능 

e-메탄올(e-methanol)은 탄소 배출 없는 e-퓨얼(e-Fuel, 재생에너지 전력 기반의 합성연료)의 한 종류다. 이산화탄소(CO2)를 수소(H2)와 반응시켜 메탄올(CH₃OH)로 합성시킨다. 이산화탄소는 산업 공정, 바이오매스, 대기 중에서 직접 포집한 것을 쓰고, 수소는 물(H2O)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기분해하여 만들어낸 것을 쓴다.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 연료인 셈이다.

e-메탄올은 기존 선박의 주요 연료인 고유황유(HSFO)를 바로 대체할 수 있다. 선박의 추가적인 개조가 필요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고유황유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성분으로 만들어진 점성 높은 연료유로, 저렴하지만 유황 함량이 최대 3.5%에 달해 황산화물,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된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업계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고배출 업계로 분류한 바 있다.

e-메탄올은 자동치 및 소형 내연기관을 위한 e-가솔린, 대형 트럭이나 중장비 등을 위한 e-디젤,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원료로도 쓰인다.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가 리퀴드 윈드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이유다.

독일은 내연기관차 강국으로서 2023년 3월 유럽연합(EU)이 추진하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에 끝까지 반대, e-퓨얼을 활용한 내연기관차는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관철시킨 바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은 2035년 이후에도 e-퓨얼 차량은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리퀴드 윈드 최고경영자(CEO)이자 설립자 클라스 프레드릭손(Claes Fredriksson)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27년까지 스웨덴에 첫 번째 e-메탄올 제조공장을 가동할 것”이라며 “향후 북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9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레드릭손 CEO는 “우리는 해운을 포함한 고배출 산업의 연료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IMO의 규제가 임박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리퀴드 윈드의 공장이 연간 10만톤의 e-메탄올을 생산할 수 있으며, 공장 건설에 필요한 예산은 약 5억유로(약 7361억원)로, 별도의 추가 자금 조달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의 재무 자문사는 모건 스탠리가 맡았다. 

 

IMO, 2027년 탄소세 시행 유력... 내년에 관련 규제 채택될 듯  

IMO는 지난해 7월 2050년 국제 해운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2023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특히 2025년에 최종 승인 예정인 중기 조치에는 연료별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제한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목표 기반 연료유 표준제(Goal-Based Fuel Standard)와 사실상의 탄소세인 온실가스 배출 가격 부과 제도가 포함돼 있다.

IMO는 탄소세 규제를 2025년 승인, 2027년 실제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기업 A.P. 몰러-머스크(A.P. Moller-Maersk) 또한 탄소세 규제가 승인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강력한 규제 예고에 친환경 선박 연료업계의 성장 가능성은 급증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유니퍼와 함께 이번 리퀴드 윈드의 자금 조달에서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이유다.

삼성벤처투자는 올해 3분기 삼성물산으로부터 출자받아 총 200억원 규모의 SVIC70호 신기술투자조합’을 조성, 삼성물산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번 리퀴드 윈드 투자에도 SVIC70호의 자금이 투입됐다. 최근 1년간 삼성물산이 삼성벤처투자의 SVIC 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총 1489억원에 달한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번 리퀴드 윈드의 성공적인 자금 조달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웨덴 기후테크 기업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현재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Northvolt AB)는 파산 위기에 처해있으며, 스웨덴 국영 전력기업 바텐폴(Vattenfall), 광산기업 LKAB은 친환경 기술 프로젝트를 경제성 문제로 축소하거나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