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육가공업체 JBS, 넷제로 목표 "약속한 적 없어"

- 공급망 통제할 권한 없어…직영 시설 배출량만 관리 - JBS 지배주주 바티스타 가문, 투자자 압박에도 변화 거부

2025-01-16     송준호 editor

세계 최대 육류 가공업체 JBS가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각) 전했다. 2021년 처음 발표했던 넷제로 목표는 "약속이 아닌 열망이었다"고 밝혔다. 

JBS는 2021년에 처음으로 2040년까지 모든 배출량을 감축 또는 상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감축 목표) 그 이하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투자자 콜과 마케팅에서 '약속'과 '서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제이슨 웰러 JBS 글로벌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JBS가 이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JBS

 

공급망 통제할 권한 없어…직영 시설 배출량만 관리

JBS가 넷제로 목표를 '약속'이 아닌 '열망'이라고 입장을 밝힌 배경은 공급망 통제가 어렵다는 데 있다. 웰러 CSO는 "우리는 농장 운영 방식을 통제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JBS는 2021년에 가축 공급업체의 불법적인 아마존 산림 벌채를 2025년까지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확인된다. 

JBS는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 산림벌채, 생물 다양성 손실, 오염 등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배출량에 포함된다. 환경단체들은 JBS 배출량의 97%가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회사는 이런 방식의 배출량 회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웰러 CSO는 "현재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배출량을 계산하는 승인된 방식이 없다"며 도축장 등 직접 운영하는 시설의 배출량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동종업계의 마스(Mars)와 곡물 무역업체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번기(Bunge) 등은 이미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JBS는 2023년 시설 배출량 감축에 1억5000만달러(약 2180억원), 공급망 배출량 감축에 5000만달러(약 727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체 배출량의 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된다.

웰러 CSO는 “공급망에 대한 운영⋅계약⋅법적 통제력이 전혀 없음에도, 행동하고 투자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JBS 지배주주 바티스타 가문, 투자자 압박에도 변화 거부

JBS는 환경 리스크로 인해 미국 상장에 난항을 겪고, 그린워싱으로 인한 소송을 겪는 등 투자자, 정치인, 환경단체로부터 다방면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압박에도 JBS가 넷제로 목표를 번복할 수 있는 이유는 회사의 거버넌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회사 지분은 바티스타 가문이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 국책은행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은 21%의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지하고 있어 민간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로이터 조사 결과, 지난 5년간 환경 관련 주주제안은 전무했으며, 바티스타 가문의 경영 참여에 대한 반대표도 거의 없었다. 실적발표회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질문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과거 10년간 약 2000명의 브라질 규제 당국자, 정부 관료,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경영진 자격이 정지됐던 웨슬리와 조슬리 바티스타 형제가 이사회에 복귀했다.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의 비공개 투자자 자문에 따르면, JBS는 기후 리스크 완화와 이사회 책임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의결권 자문사 ISS도 부패와 관련된 중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속가능' 라벨이 붙은 17개 펀드가 JBS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는 17개 펀드에 기업과의 대화나 투자 근거에 대해 물었으나, 논평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2017년에 JBS 주식을 매각한 노르웨이의 최대 자산운용사인 스토어브랜드(Storebrand Asset Management)의 베문드 올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 문제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투자자들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