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세계 최대 축산업체의 기업공개(IPO)를 저지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총 222억달러(약 29조9411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18개 ESG 투자자 연합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Gary Gensler)에게 서한을 발송, 브라질 축산기업 JBS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신청을 불허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JBS는 1953년 브라질의 소규모 정육점에서 시작된 기업으로, 현재 190여개 국가에서 70개 이상의 육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전략은 인수합병(M&A)으로, 현재 브라질 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미국 증시 복수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JBS가 2007년 브라질 증시 상장 이후 미국 증시 상장을 여러 번 추진하였으나, 2017년 브라질 내 정경 유착 비리 스캔들 등으로 좌절된 바 있다. 2023년 미국 증시 상장 노력을 다시 재개했다. 

JBS 웹사이트
JBS 웹사이트

 

JBS 미국 상장...환경단체, 투자자, 정치인까지 반대하고 나서

이번에 발표된 서한은 ESG 투자자그룹이 지난 9월 8일(현지시각) SEC에 보낸 것으로, JBS의 환경적 리스크를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JBS가 공급망 전체 배출량을 뜻하는 스코프(Scope) 3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환경 데이터를 공개할 때까지 미국 증시 상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JBS는 2023년 7월 뉴욕증권거래소에 IPO를 신청하고 나선 이후 환경단체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상원의원 15명도 JBS의 뉴욕 증시 상장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15명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투자자, 정치인들까지 JBS의 상장을 막고 나선 배경에는 JBS가 그동안 보여준 환경 파괴적인 행보가 있다.  

첫째, 환경 공시 부족이다. ESG 투자자 연합은 JBS가 스코프 3 배출량 등 중요한 환경 데이터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40년 탄소 중립이라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둘째, 삼림 벌채 및 생태계 파괴 문제다. JBS는 과거부터 아마존 불법 삼림 벌채와 관련됐다는 의혹에 여러 번 휩싸인 바 있다. 특히 브라질의 삼림 벌채 문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Messias Bolsonaro)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셋째, 불법 사육 의혹이다. 2021년 국제환경단체 마이티어스(Mighty Earth)는 JBS가 아마존 열대우림 등 불법 삼림 벌채 지역에서 소를 사육한 뒤, 이를 합법 농장으로 옮겨 유통시키는 ‘소 세탁’을 했다고 폭로했다.   

넷째, 글로벌 기후 대응 노력 약화 가능성이다. 미국과 영국의 정치인들은 JBS의 미국 상장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아마존 보호 노력과 배치된다며, 이는 기후 변화 대응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 정상회의에서 브라질 삼림 벌채를 줄이기 위해 5년에 걸쳐 5억달러(약 6725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JBS, 소송 등으로 부채 두 배 증가... 

브라질 현지 주가는 상승세

JBS는 성명을 발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간접 배출량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명백히 허위라며 “당사는 수년 동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업계 표준에 따라 배출량에 대한 포괄적인 데이터를 보고해 왔으며, 농가를 포함한 협력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각) JBS의 브라질 증시 주가가 3.6% 상승, 올해 상승폭을 34%까지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SEC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마이티어스는 2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투자자들이 처음으로 JBS 상장을 경고한 뒤, 형사, 민사, 기타 법적 절차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인해 JBS의 부채가 2023년 7월 17억달러(약 2조2927억원)에서 2024년 6월 SEC 제출 서류 기준 36억달러(약 4조8553억원)로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기업의 환경 리스크가 주식 등 경제적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현재 JBS는 뉴욕주에서 ‘2040년 넷제로 목표’가 허위라는 내용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번 반대 서한을 발송한 투자자그룹 중 하나인 그린 센추리 캐피털 매니지먼트(Green Century Capital Management)는 미국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로, 환경 및 공공 보건 관련 비영리 단체들이 설립했다. 운용 자산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3487억원)로, 활발한 주주 참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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