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식품업계에서 그린워싱에 대한 소송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3월 1일, 덴마크 고등법원은 EU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 대니쉬 크라운 (Danish Crown)이 자사 육류제품에 ‘기후변화 조절(Klimakontrolleret)’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그린워싱'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덴마크에서 법적으로 그린워싱이 인정된 첫 사례다.
미국에서도 세계최대 육류가공업체 JBS가 그린워싱 혐의로 소송을 당하면서, 뉴욕 증시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조절' 용어 사용한 대니쉬 크라운, 덴마크 법원 소송서 패소
지난 2021년 대니쉬 크라운은 ‘기후조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환경감사를 거친 돼지고기 제품의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특히, ‘고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후친화적이다. (More climate-friendly than you think)’라는 표어를 사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수행하고, 해당 정보를 제품에 라벨 형태로 부착하기도 했다.
이에 그린피스(Greenpeace), 더 클라이밋 무브먼트(The Climate Movement) 등의 환경단체는 “육류제품에 ‘기후조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육류소비자체가 친환경적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그린워싱 혐의로 대니쉬 크라운을 덴마크 법원에 고소했다.
환경단체 및 소비자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자 대니쉬 크라운은 해당 캠페인을 중단했다. 다만, 환경단체의 주장에는 지속적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대니쉬 크라운은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환경관리를 통해 육류제품의 탄소발자국이 생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그린피스는 “대니쉬 크라운이 축산물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성과는 부진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제품의 기후조절을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덴마크 고등법원은 “‘기후조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린워싱에 해당한다”며 환경단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대니쉬 크라운에게 30만 크로네(약 5885만원)를 지불하고 마케팅법 위반을 인정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법원 측은 ‘고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후친화적이다'라는 표어에 대해서는 그린워싱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육류포장업체 JBS, 그린워싱 혐의로 미국 상장 차질
세계 최대 육류 포장업체 JBS 또한 그린워싱 논란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8일, 뉴욕주의 법무부 장관 레티나 제임스(Letina James)는 “JBS는 매출 증대를 위해 거짓된 지속가능성 주장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JBS는 ▲치킨 윙, 베이컨 등의 육류 식품을 소비하고도 넷제로를 달성하는 기후솔루션이 가능하다 ▲5년 이내에 공급망에서 아마존 삼림벌채를 근절하겠다 ▲2040년까지 모든 직간접배출을 없애겠다라는 선언을 했지만, 실제 온실가스배출 감축이나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제 2021년, JBS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7100만톤에 달했다. 이는 노르웨이의 연간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특히, JBS는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지난 7월부터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그린워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작년 9월, 마이티 어스(Might Earth),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 등의 환경단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JBS의 상장을 재고해달라고 공개서한을 작성했다. 작년 12월에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국회의원 15명은 공동 서한을 작성해 JBS의 상장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소송까지 제기되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법적리스크가 가중됐다. 제임스 법무장관은 소송을 통해 JBS USA가 '204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광고 캠페인을 중단하고, 뉴욕 소비자 보호법 준수 여부에 대한 제3자 감사를 실시하며, 그린워싱을 통해 대중을 오도하여 얻은 모든 부당이득을 몰수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뉴욕 환경보존위원회 측은 “그린워싱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기 행위나 다름없으며, 소비자들은 산업계의 기후변화 대응행동에 대한 진실된 정보를 알 필요가 있다”고 제임스 법무장관의 결정을 지지했다.
- 유럽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잘란도, 그린워싱 소지 문구 수정키로
-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 영국 포드 광고는 그린워싱 아니라고 판단
- EU, 그린워싱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표준 통과되나
- 미국 기업의 45%, 의도치 않은 그린워싱에 관여됐다?
- 유니레버, 영국에서 그린워싱 혐의로 조사받아
- "녹색프리미엄은 그린워싱?"...기후솔루션, SK, 포스코 8개 계열사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
- 그린워싱 벌금 상위 9대 기업은?
- EU, 그린워싱 단속 그린클레임지침 본회의 통과… 그린워싱 규정 어길 시 연 매출 4% 벌금 내야
- 미국인들, 지속가능성 선호도가 브랜드 충성도보다 높다?
- 글로벌 기업 JBS,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생산 위해 동물 폐기물 공급
- "기후위기와 식품공급망 무력충돌 리스크 대비해야"...식량 안보, 농업 중심 탈피 강조 보고서
- 독일, 중국 기후 프로젝트의 그린워싱 우려…탄소크레딧 22만톤 불인정
-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 JBS, 넷제로 목표 "약속한 적 없어"
- 기후충격에 속수무책… ECB·연준, ‘먹거리발 인플레’ 대응 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