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브라질 공장서 '노예계약' 파문...여권압수·강제송금 드러나
- 여권 압수하고 월급은 본국 송금...BYD 하청업체 고용 계약서 공개 - 일자리 두 배 약속했지만...중국인 노동자만 채용에 우려 커져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브라질 바이아 주에 건설 중인 카마사리 전기차 공장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담긴 계약서가 31일(현지시각) 공개됐다. 이 사건은 지난 12월 브라질 노동당국의 조사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 담긴 계약서가 공개된 것이다. 당국은 조사 당시 10건의 계약서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공사 계약을 맡은 BYD의 하청업체 진장(Jinjiang)이 고용한 163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은 여권을 압수당하고, 임금 대부분을 중국에 직접 송금하는 등 강제노동 조건 하에서 일해온 것이 드러났다.
여권 압수하고 월급은 본국 송금...BYD 하청업체 고용 계약서 공개
BYD 브라질 공장의 중국인 노동자들은 10시간 근무에 70달러(약 10만원)를 받았다. 이는 중국의 일반적인 최저임금의 2배 수준이지만, 한번 계약서에 서명하면 이를 해지하기 어려운 불공정 계약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 쪽 분량의 계약서에는 브라질과 중국 양국의 노동법을 위반하는 다수의 조항이 포함됐다.
계약서의 핵심 문제 조항은 ▲여권 압수 ▲임금 대부분의 중국 직접 송금 ▲6개월 근무 후 반환 조건의 900달러(약 132만원) 보증금 ▲회사의 일방적 계약 6개월 연장 권한 ▲욕설, 말다툼, 상의 탈의 등에 대한 200위안(약 4만원)의 벌금 부과 등이다.
미국 뉴욕대 로스쿨의 아론 할레구아 연구원은 "여권 압수와 보증금 요구는 강제노동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이는 중국 법률과 규정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근로 감독관들은 지난 12월 긴급 조사에서 31명의 노동자들이 화장실 1개뿐인 집에 빽빽이 거주하는 것이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매트리스도 없었으며, 음식물과 개인 물품이 바닥에 방치된 비인간적인 생활 환경이 지적됐다. 브라질 노동당국은 일부 근로자들이 계약서도 없이 일을 했으며, 브라질에 도착하고 몇 달이 지나서야 계약서에 서명을 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BYD 브라질 수석부사장 알렉산드르 발디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언론이 지난 11월 말 이 사건을 보도하기 전까지 어떠한 위반사항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발디 부사장은 “이런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BYD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BYD는 진장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진장은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달 성명을 통해 "노동자들이 노예 상태였고 구출됐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브라질 근로 감독관들의 조사 결과는 사실과 다르며 (계약서) 번역 과정에서 발생한 혼선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일자리 두 배 약속했지만...중국인 노동자만 채용에 우려 커져
BYD 브라질 공장은 노예 노동과 함께 현지인 고용 문제도 함께 겪고 있다. 회사는 2023년 말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가 떠난 바이아 주 카마사리 산업단지에서 전기차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포드는 5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BYD는 1만 명에 달하는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
실업률이 10%에 달하는 바이아 주에서 중국 기업이 포드 시절의 2배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소식은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BYD가 공장 건설을 위해 중국 하청업체를 통해 중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자 현지 건설노조(Sindticcc)는 이를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브라질 노동자들이 식수 부족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BYD에 문제를 제기했다. BYD는 이에 새로운 숙소와 구내식당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현지 건설노조는 양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카마사리 금속노조의 훌리오 봉핌 대표는 "브라질인들이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면 생산 시작 전 첫 파업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BYD는 성명에서 "공장 단지가 완전히 가동되면 브라질인을 포함해 2만 명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아 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수주한 다른 프로젝트들에서도 외국인 노동력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6억레알(약 2조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된 살바도르 교량 건설 사업이 이번 BYD 공장의 전처를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알란 산체스 주 하원의원은 "우리는 결코 노예노동을 대가로 한 개발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런 사업들이 창출할 일자리들에 대한 기대로 계약 조건을 수정하여 사업을 속행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제로니모 호드리게스 바아이 주지사는 "BYD가 창출할 1만 개의 일자리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면서도 "적절한 노동조건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