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EU에서는 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이 가까스로 통과하면서, 기업 인권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임팩트온은 주요 인권 이슈 10개를 선정해 이슈별 주요 사건사고와 리스크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각 이슈별 상세 사례 분석은 임팩트온의 공급망 리스크 모니터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팩트온 기존 회원도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공급망 리스크 모니터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신규 가입이 필요합니다.

* 주요 인권 이슈는 유엔글로벌콤팩트와 주요 글로벌 기업의 인권보고서에 기재된 중대인권이슈(Salient Human Rights Issues)를 참조하여 선정하였습니다.

강제노동은 국내에서 관심도가 비교적 적은 이슈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해당 이슈가 우리나라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사실 우리나라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105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선진국 중에서는 강제노동에 대한 인권 리스크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봤을 때, 해당 이슈는 인권 분야에서 매우 높은 중요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강제노동과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공급망에서 이를 근절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강제노동에 대한 글로벌 규제와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관련 이슈에 연루될 경우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사업적 리스크가 굉장히 큽니다. 이에 공급망 현지 강제노동 리스크에 대한 사전평가와 협력업체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리스크 크지만 인권 실사는 어려워…

중국 의존도 높은 산업 주의해야”

신장 위구르 지역의 주요 수출품/ Source Intelligence
신장 위구르 지역의 주요 수출품/ Source Intelligence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앙아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수출의 요충지입니다. 이에 의류, 전자장비,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제품이 수출되고 있으며 세계 폴리실리콘의 35%, 알루미늄 9%를 공급하는 원자재 주요 공급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에 자동차, 태양광, 의류업계 등은 신장 위구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무려 100만여명에 달하는 위구르족이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으며, 이 중 다수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져 세계적으로 큰 지탄을 받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신장위구르산 원자재나 제품 수입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지난 2023년 2월부터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신장 위구르산 알루미늄 제품을 억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23년 8월에는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금지법의 대상을 전기차 부품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여기에는 알루미늄을 포함한 배터리가 포함됩니다. 

주요 연구기관 및 인권단체는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산업계의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연관성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5월, 영국의 셰필드 할람 대학교는 태양광 공급망의 위구르의 강제 노동 연관성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위구르 지역 주민의 현지 인터뷰, 위성사진 등 여러 증거자료를 통해 위구르 신장 지역의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강제 노동에 동원된 위구르인들을 생산과정에 투입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에 2021년 7월,  미 의회는 융기 실리콘, 호신실리콘산업, 신장 다쵸 뉴에너지, 보리협흠(GCL) 등 중국의 주요 폴리실리콘 공급업체를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캐네디안 솔라 등 신장 위구르 산 폴리실리콘 사용이 의심되는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의 제품이 관세청에 의해 억류당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2월 1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HRW)는 폭스바겐, 토요타, GM 등의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연루 의혹이 있는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중국 알루미늄 산업이 신장 위구르 강제수용소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산업계는 신장 위구르 소재 기업과 관계를 단절하거나,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공급망을 개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강제노동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2019년 발간된 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사용기업과 타 지역의 기업을 매칭해 물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이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에 대한 인권실사를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리스크를 관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요. 일례로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지역 강제노동을 조사중이던 실사 전문업체 민츠그룹을 급습해 중국인 직원 5명을 체포하고 사무실 운영을 강제 중단시킨바 있습니다. 이에 HRW는 공급망 맵핑을 통해 공급업체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고,  원자재 수입 경로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ILO가 규정하는 강제노동의 범위 매우 넓어…

국내는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문제 심각

ILO가 제시하는 강제노동의 11가지 유형/ILO
ILO가 제시하는 강제노동의 11가지 유형/ILO

강제 노동의 경우, 범위가 매우 넓은 편입니다. ILO에 따르면 강제노동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의사에 반하는 노동 요구 ▲강제노동 불이행시 처벌 및 불이익 부과의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요.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강제노동에는  ▲이주 노동자의 여권 몰수  ▲ 노동자 강제 고립  ▲비자발적 초과근무 불이행에 대한 불이익부과(승진 누락 등) ▲불공정 임금제도를 통한 초과근무 유도 등이 있습니다.

또한, EU공급망 실사지침(CSDDD)의 기반이 된 OECD실사 가이드라인은 강제노동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예를 들어 협력업체에 과도하게 촉박한 납품기일을 제시하는 것 등을 주요한 인권 리스크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4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 인원을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예고했는데요. 

그에 반해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노동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노동의 날, 이주노동자 200여명은 용산역 광장에서 강제노동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정부와 고용주 측이 취업비자를 무기로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강제노동에 시달려도 해당 사업장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측에서는 노동 수요 미스매치, 지역 내 노동자 유출 등 여러가지 문제로 해당 이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유럽 공급망 실사법이 국내 기업에게 적용된다면, 해당 문제가 큰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빌미로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강제노동의 형태이기 때문인데요. 실제 유니레버, 코카콜라 등의 주요 글로벌 기업의 현대판 노예 제도 근절 선언(Modern Slavery Statement)을 살펴보면, 이주노동자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중대 인권침해로 보고 있습니다. 

 

아태지역과 중동의 강제노동 리스크 가장 높아…

서비스 산업의 강제노동 비중 약 32%

세계 강제노동의 지역별 비중/ILO
세계 강제노동의 지역별 비중/ILO

ILO에 따르면, 강제노동의 55% 가량은 아태지역에서 발생합니다. 2021년 기준으로 약 1500만명이 강제노동을 겪고 있는데요.  다만 아태지역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강제 노동의 비중도 자연스럽게 높게 나타난 것도 있습니다.

인구 비율로 보면, 중동 지역에서 강제 노동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동지역의 노동자 약 50%가 이주 노동자이며, 이들에 대한 노동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덴마크의 인증전문기업 DNV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투자 계획을 발표한 후, 주요 주주들은 사측과 간담회를 갖고 강제노동을 비롯한 인권리스크 경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인권 분야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유럽 또한 강제노동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특히 농업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이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는데요. 주로 불법이민자들을 착취해 노동을 강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23년, 윤리적 소비자 연구연합(Ethical Consumer Research Association)은 스페인 남부지역 농업 공급망의 강제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해당 지역은 제3자 인력업체를 통해 수확기에 임시직 노동자를 채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 주민, 과부, 다자녀 가구 등 금전적 필요가 시급한 이주노동자를 중점적으로 고용하고, 노동자들의 개인 사정을 악용해 무급초과근무를 강요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주요 유통업체 9곳 (테스코, 세인츠버리, 마크 엔 스펜서, 알디 등)이 해당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단차원에서는 주로 이주노동자, 소외계층, 여성이 상대적으로 강제 노동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약 13.8%가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국 노동자가 강제노동을 겪는 비율이 약 4%인 것에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산업 별로는 ▲서비스업(32%) ▲제조업 (18.7%) ▲건설업(16.3%) ▲농업(12.3%) 순으로 강제노동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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